북한 집권세력은 한사코 폐쇄사회를 고수하고 있지만 2400만 주민의 입을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는 없다. 탈북자, 중국 방문자, 용감한 일부 주민이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속속 외부세계에 전하고 있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 이웃’이 14일 공개한 북한 당국의 식량공급 중단 조치는 올 들어 식량 사정이 극도로 악화됐음을 확인시켜 준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26일 “어려워진 식량 사정으로 국가에서 더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됐다”며 “그동안 식량을 배급받아온 주민들은 알아서 식량을 구하고 당 내각 국가보위부 등 관련 기관들은 자력갱생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2012년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장담하던 김정일 집단이 이런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만하다. ‘좋은 이웃’은 북한 노동당 간부들도 식량공급 포기를 ‘대사변’이라고 부를 만큼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 신의주 청진을 비롯한 북한 각지에서 아사자(餓死者)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작년 말 강행된 ‘화폐 개혁’은 주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북한은 올 1월 폐쇄한 장마당을 이번에 다시 전면 허용하는 비상조치를 동원했지만 그런 조치로 위기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공공장소에서 정부를 ‘도둑’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북한 주민의 반감이 심하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집에서 사용하는 톱과 9cm가 넘는 칼을 흉기로 간주해 몰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좋은 이웃’은 전했다. 김정일 정권은 경제난이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하면서 주민 동요가 확산될까봐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제 나라 국민을 배곯게 하는 집단은 외부 세계와 적대할수록 체제 파멸을 앞당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