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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북한 응원단, 자비 들여 남아공 찾아…외신도 뜨거운 관심

입력 | 2010-06-16 05:29:58


“이겨라. 우리선수 이겨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 북한 응원단이 떴다.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북한과 브라질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 1차전이 열린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이날 경기장 관중석에는 50여명 정도 모인 소규모의 북한 응원단이 자리 잡고 44년 만에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룬 북한 선수들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

MOP(만수대해개발그룹)이라고 적힌 붉은색 모자와 티셔츠를 동일하게 맞춰 입은 북한 응원단은 인공기와 나무로 만들어진 응원도구를 두드리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했다. 추운 날씨 탓에 대부분이 목도리를 두르고 경기를 관전했다.

이들은 선수들이 실수를 범했을 때는 “그걸 왜 그렇게 차나”며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멋진 플레이가 나왔을 때는 “이겨라. 우리선수 이겨라”라고 외치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특히 0-2로 뒤지던 경기 종료 직전 지윤남의 추격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평양에서 조직된 북한 응원단은 고려항공을 이용해 중국 베이징과 홍콩을 거쳐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에 입성했다. 모두가 자비를 들여왔다. 일본에서 구성된 북한 응원단도 경기를 보러왔지만 평양에서 온 응원단과는 합류하지 않았다.

전반전이 끝나고 만난 평양 출신의 신창일 씨는 “세계 속에 뛰어든 북한이 자랑스럽다. 북한은 브라질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남한이 그리스를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축하의 인사를 건넨 신씨는 “남한과 북한이 둘 다 잘해서 함께 16강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조선이 세계 속에서 자기의 존엄과 위엄을 떨쳤으면 한다”고 전했다.

북한 응원단에 대한 외국기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중국,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등 각국 외신기자들은 한국 취재진에게 북한 응원단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통역을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특히 북한 응원단은 그동안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통해 타 국가와 접촉하지 않는 폐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상대 브라질 응원단과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촬영에도 임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 속에 월드컵 첫 경기를 지켜봤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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