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16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 100여 명의 북한 '아저씨 응원단'이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가슴에 인공기가 새겨진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모자를 썼으며 경기 2시간 전부터 입장했다. 응원단은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3-3-7 박수'를 치거나 북한에서 응원할 때 쓰는 '짝짝이'를 부딪치며 나름대로 열띤 응원을 펼쳤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이나 중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응원단을 파견할 때면 보통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미녀 응원단'을 파견해왔다. 하지만 남아공에 나타난 북한 응원단은 대부분 40, 50대 남성들이었다.
각국 취재진은 북한 응원단이 출현하자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한 북한 응원단원은 "그제(현지 시간 13일) 밤에 100명 정도가 여기에 도착했는데 모두 평양에서 왔으며 응원단을 모집할 때 자원해서 온 보통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오늘(현지 시간 15일) 도착했으며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과 홍콩을 거쳐 남아공에 왔다"고 밝혔다.
도착 시간이 다른 것을 보면 이들이 한꺼번에 북한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 북한에서 예술계 대학교들에서 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뽑아 한꺼번에 보내곤 했던 미녀 응원단과 성격이나 파견 방식이 다른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신분 높은 간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더구나 북한에서 응원단을 모집한다는 말은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평범한 신분으로는 북한에서 남아공으로 응원 오기 어렵다.
따라서 남아공 또는 이웃 나미비아 앙골라 등의 건설 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당의 지시에 따라 집단 응원하러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한과 아프리카 남부 지역 국가들 사이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고 북한에서 파견된 인력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날 응원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원들의 상당수는 얼굴이 햇볕에 그을려 있었고 몸도 노동으로 단련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응원단 속에는 북한에서 직접 온 사람들이 섞였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당국이 막대한 외화를 써서 외유를 보내줄 정도로 상당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다.
북한 국적을 갖고 있는 일본 총련계 응원단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중국에서 축구팬, 여행사 직원 등을 상대로 '대리 응원단'을 모집했다고 보도했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 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떠났으며 숙소는 프리토리아의 북한 대사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요하네스버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화제의 뉴스 》 ☞ 결혼 앞둔 이창호 “일 저지르고 수습…” ☞ 김정일 선물 ‘풍산개 부부’ 10년째 특별대우 ☞ 몸짓으로 제어하는 게임조종기 시대 열려 ☞ “자살하려 합니다”…국내 첫 ‘트위터 예고 자살’ ☞ 값싼 주유소 찾다가 길에 ‘돈’ 더 버립니다 ☞ “서울도심 옥상 농원서 상추 뜯어 삼겹살파티” ☞ 채팅서 만난 ‘야수’…1인2역하며 46일간 감금-성폭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