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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調査와 주장

입력 | 2010-06-17 03:00:00


오스트리아는 스위스와 함께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영세중립국이다. 1955년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 4개국 점령통치에서 벗어나 주권을 되찾으면서 중립외교를 선언했다.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 한국과 1963년, 북한과 1974년에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동안 남북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대체로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

▷한국과 북한이 14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다. 토마스 마이어 하르팅 유엔주재 오스트리아 대사는 “한국의 브리핑은 철저한 조사(調査·investigation)로 설득력이 있었지만 북한의 브리핑은 주장(allegation)만 있고 객관적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라르 아로 프랑스 대사는 북한 주장에 설득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외교적 이해 때문에 대북(對北)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도 차마 북한을 편들지는 못했다.

▷사전적 의미로 조사는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봄’이란 뜻이다. 반면 주장은 ‘자기의 의견이나 주의를 굳게 내세움. 또는 그런 의견이나 주의’를 말한다. 중립국인 오스트리아 대사의 평가는 천안함 비극에 대한 지구촌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궁지에 몰린 북한 정권이나, 어떤 경우에도 김정일 집단을 감싸는 데 급급한 한국의 일부 종북(從北) 세력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특정 파벌에 속하는 자는 논쟁할 때 문제의 올바른 해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만 애를 쓴다”고 했다.

▷서로 생각은 다르더라도 객관적 사실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쉽다. 의견은 자유지만 사실은 신성한 것이다. ‘어두운 열정’으로 무장한 세력이 걸핏하면 무책임한 주장을 늘어놓고 이런 거짓선동이 위력을 발휘하는 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기대와 다른 현실을 깨닫기를 거부하는 인간을 바꾸려면 잘못된 기대를 산산조각 내는 ‘단절의 충격’을 통해 기대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인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객관적 조사결과를 외면하는 허위의 인식체계를 차단해야만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