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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 금융계 高大동지商학맥

입력 | 2010-06-18 03:00:00


금융계에서는 인사(人事)를 둘러싼 잡음이 잦은 편이다. 민간 대주주의 오너십이 없는 지배구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거나, 알아서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 대통령과 가까운 금융계 출신 측근이 발호한 적도 있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는 두 사람의 친구인 이원조 씨가 ‘금융계의 황제’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DJ의 처조카 이형택 씨가 금융계를 좌지우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와 포항 동지상고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금융계에서 두드러진다. KB금융 회장에 내정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대통령의 대학 동기동창이고,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고려대 법대를 나왔다. 4대 금융그룹 회장 중 신한금융을 제외한 3명이 고려대 출신에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동지상고 출신 인사들의 주가(株價)도 상한가다. 일각에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당사자들이나 정부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전문성이나 경영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렵거나 김승유 회장처럼 대선 훨씬 이전부터 그 자리를 지킨 금융인도 있다.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기보다는 금융회사들이 내부적 필요 때문에 ‘대통령의 학맥(學脈)’을 찾기도 한다. 자신이 ‘완장’을 찼을 때는 훨씬 심한 편파인사를 한 사람들이 목청을 높이는 사례도 눈에 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도 현 정부의 금융계 인사에 균형감각이 부족하고 안이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학연(學緣)은 지연(地緣)과 함께 인사의 화약고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업무능력이 아닌 부수적 요인에 따른 인사 잡음으로 피해의식과 반감이 확산되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금융계 인사 문제가 지닌 폭발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논란이 재연되지 않게 해야 한다. 대통령의 동문을 비롯한 측근들은 남들보다 더 자기관리와 주변관리를 철저히 할 책무가 있다. 한때 금융계를 쥐락펴락했던 이원조 이형택 씨가 나중에 권력형 비리사건에 연루돼 사법 처리된 불행한 전철(前轍)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