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숙소 - 서울서 차로 2~3시간… “야경 보고픈데 빨리 가재요”
[2] 음식- 대장금 메뉴? 저가 식단만
[3] 관광 콘텐츠 - 공짜 관람지만 줄기차게
[4] 교통 - 대중교통 이용 ‘천신만고’
[5] 쇼핑 - 강남 명소에 접근 어려움
○ 서울 야경이 보고 싶지만
동아일보 취재진은 지난 한 달간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점검했다. 주요 대상은 △숙박 △음식 △관광 콘텐츠 △교통 △쇼핑 등 5개 분야였다. 그 결과 일부 현장은 ‘한류 드라마 속 한국’을 상상하며 온 중국 관광객들을 크게 실망시킬 만큼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투숙객 비율이 70%에 이르는 경기 안산시 N숙박업소 관계자는 “중국 손님들이 ‘출발 전 여행사가 보여준 안내책자 속 호텔과 시설이 다르다’며 항의할 때가 있는데 정말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의 상당수는 서울에서 차로 2, 3시간 가야 하는 경기 외곽 지역에 묵고 있었다. 가이드 경험이 있는 한 중국인은 “서울 야경이 유명하다 보니 밤늦도록 시내에 있고 싶다는 관광객들이 많지만 숙소가 멀면 오후 9시 이전에 서울을 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의 여행을 두 번 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차 공간을 갖춘 대형 숙박시설이 부족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구로구의 G숙박업소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은 대규모로 쏟아지는데 시내에는 수십 대의 관광버스와 수백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대장금의 삼계탕은 드라마 속 이야기
저가 관광객들은 서울 시내 유명 맛집도 이용하기 어렵다. 서울 중구 명동 ‘백제삼계탕’ 이상열 회장은 “재료를 제대로 쓴 삼계탕은 도저히 6000원대 가격이 나올 수 없는데 일부 음식점들이 여행사와 단가를 맞춰 그렇게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관광객들이 그런 음식을 맛본 뒤 한국 음식 전체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가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적잖은 중국 관광객들이 일부 여행사의 싸구려 음식을 ‘한국의 맛’으로 알고 떠나는 셈이다.
개인 관광객도 서울 시내 맛집을 돌며 한국의 맛을 제대로 경험하긴 쉽지 않다. 아직까지 중국어가 통하는 일반 음식점이 많지 않은 데다 중국어 메뉴나 그림이 곁들여진 메뉴판을 갖춘 곳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한 중국인은 “‘대장금’ 같은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식에 대해 기대와 호기심을 품고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간 지인(관광객)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 관람은 ‘공짜’인 곳만, 강남은 단절
싼값을 내세워 중국 관광객을 모집한 일부 여행사들이 고궁 앞이나 전쟁기념관 등 별도의 입장료가 없는 ‘공짜’ 관광지만 소개하는 것도 문제다. 기자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단골 방문코스 중 하나인 ‘청와대 사랑채’(청와대 앞 무료 전시관)를 찾았을 때 한 무리의 중국 단체 관광객을 이끌고 온 한 가이드는 퇴계 이황 코너 앞에서 5분 넘게 시간을 끌고 있었다. 일부 관광객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밖으로 나왔다.
교통 부문에서는 서울 강남 지역 접근이 어려운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서울 강북 지역은 ‘광화문∼용산∼남대문∼동대문’ 등을 잇는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있어 개인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버스 좌석에 앉아 헤드폰을 끼면 중국어 설명도 나온다.
하지만 강남에는 이런 인프라가 없다. 한국어를 모르는 중국 관광객에게 버스나 지하철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택시를 타도 가고 싶은 곳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인들은 쇼핑의 재미도 주로 강북 지역에서만 누리고 있었다. 강남의 코엑스몰이나 청담동 압구정동 신사동 일대 고급 쇼핑가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지역이지만 관광 콘텐츠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시흥·안산=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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