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서 사라져가는 6·25생생한 비극의 현장 재현 붐韓美北中군인들 증언 토대전투일화 -미망인의 삶 복원
‘폭풍’이라는 암호명이 38선 부근
북한군 부대에 하달되자
소련제 야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이
올해로 발발 60년을 맞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희미해지는
6·25전쟁의 이미지를
복원하려는 듯 당시 수많은
전투와 참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존 톨랜드의6·25 1,2/존 톨랜드 지음·김익희 옮김/각 436, 468쪽 각 1만6500원·바움
6·25전쟁에 관한 전범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많이 읽히고 인용되는 이 책은 전쟁 발발 하루 전인 1950년 6월 24일부터 포로교환이 있었던 1953년 9월까지 상황을 11부로 나눠 긴박감 있게 재현했다. 객관성을 위해 저자는 남한과 미군 관계자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 군인들까지 만나 증언을 들었다.
개전 몇 시간 만에 국군 제1사단 예하 13연대의 병사 90명은 북한의 전차를 향해 폭약을 안고 뛰어들었다. 미국이 남기고 간 소형 2.36인치 바주카포가 옛 소련제 전차에 맞아 탁구공처럼 튕겨 나오자 육탄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미군은 1949년 6월 남한을 떠나면서 남한이 북한을 선제공격하지 못하도록 전차나 항공기 등 중무기를 남기지 않았다. 반면 북한에는 소련이 남기고 간 박격포, 곡사포, 자주포, 대전차포와 T-34 전차 등이 즐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소 양국이 38선을 기준으로 분할 점령하면서 6·25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 될 운명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중공군과 소련군의 6·25전쟁에 대한 사전 공모는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판단했던 것과 달리 그렇게 철저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밝힌다.
◇끝나지 않은 전쟁 6·25/남도현 지음/412쪽·1만9800원·플래닛미디어
그는 6·25전쟁에 대해 “어리석음, 실수, 오판, 잔학행위 등이 점철된 전쟁이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양측의 참전자 모두가 그런 전쟁의 공범자였다”고 지적했다. 20세기에 일어난 전쟁에 관한 총 7권의 책을 쓴 저자는 “되풀이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고 경고한다.
‘끝나지 않은 전쟁 6·25’는 춘천전투, 강릉전투, 죽미령전투, 현리전투 등을 중심으로 6·25전쟁의 숨겨진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국방부 6·25전쟁 제60주년 사업단에서 운영하는 공식 블로그에 6·25전쟁사를 연재하고 있다.
◇전쟁미망인,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이임하 지음/408쪽·1만8000원·책과함께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는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삶을 구술(口述)로 복원한 책이다. 이임하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같은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 45명을 인터뷰해 전후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록했다.
이들은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거나 보도연맹에 끌려가는 것을 보았고 전사 소식을 접하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농업과 가사를 병행해야 했고 행상과 좌판, 공장 노동에도 종사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묻혀 있어야만 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했다. 국가가 질서 유지를 위해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가둬 왔다고 지적했다.
6·25 당시 제1사단장이었던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아미), 에티오피아 병사들의 한국전쟁 참전을 살펴본 ‘강슈’(오늘의책), 한국계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 김은국의 6·25 소설 ‘순교자’(문학동네)도 함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