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제국’ 美에 경고
필자가 세계 금융사의 대석학인 퍼거슨을 처음 알게 된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가 경제난을 겪던 작년 봄이었다. 그가 세계 금융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향후 세계질서의 변화, 특히 미국의 장래에 관해 독특한 주장을 내놓아 필자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이 책은 그가 21세기에도 미국이 콜로서스(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거대한 태양신 헬리오스 청동상으로 흔히 강대국을 비유)의 지위를 향유할 것인지를 설파한 것이다.
퍼거슨은 미국은 제국이 아니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미국은 건국 이래 계속 제국이었으며, 특히 제국이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이 건국 과정에서 북미대륙의 땅을 얼마나 많이 다른 나라로부터 사들였거나 정복하였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또 퍼거슨은 인류 역사상에 존재했던 제국의 다양한 지배 형태를 제시하면서 미국은 과거와 달리 “자유주의 제국”이기 때문에 미국과 피지배국에 모두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퍼거슨은 미국의 자유주의 제국 프로젝트가 성공한 사례로 독일 일본 한국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그의 주장에서 가장 논쟁적인 사안은 미국이 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게 다른 대안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소련의 제국주의적 야망이 사라진 21세기에 만약 미국마저 제국을 포기해 무극의 국제사회가 등장하는 경우 더 많은 충돌과 격변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고 보았다. 더욱이 앞으로 중국이나 유럽연합이 미국을 대체하는 제국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들은 퍼거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나? 이 책은 2004년에 출판된 것을 최근에 번역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사태는 물론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비추어 퍼거슨의 주장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퍼거슨의 말대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는 더욱 쌓여가고 있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쟁이 예상과 달리 조기에 종결되지 못해 미국민과 미군의 피로가 심각하게 누적되고 있다. 비록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철군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조기 종결을 명분으로 8만 명의 미군을 증파하는 바람에 부담이 커졌다.
결국 퍼거슨의 예상대로 미 제국이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가? 필자는 퍼거슨의 결론이 너무 성급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1970년대에 미국 쇠퇴론, ‘Japan No. 1’이 나왔으나 미국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채택한 뒤 반등에 성공한 것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다시 일어서려면 금융위기의 장본인이었던 월가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미국이 새로운 자본주의 발전 모델을 제시하여 미국민과 다른 나라의 신뢰를 회복해야 제국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