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대통령 지지도에 비해 표가 안 나왔고 여러 조사기관이 예상했던 것보다 결과가 안 좋다는 점에서 패배라고는 느꼈지만 대패라고는 안 느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 가보니 여야 할 것 없이 ‘완패’ ‘대패’라고 해서 인식의 차이가 많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역시 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 총리는 이어 “지방선거를 그냥 지방 일꾼을 뽑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야당에서는 국민투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생각했는지 4대강 사업 그만 해라, 세종시 수정안 빨리 철회하라는 식으로 나와 선거에 대한 해석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제 어느 의원의 질문 과정에서 조금 부끄러웠다”며 의안을 놓고 부처마다 국회에 가서 딴소리를 하는 행태를 지적한 뒤 “여기서는 활발히 논의하지만 논의가 끝나면 밖에 나가서 다른 얘기를 안 해야 하지 않느냐”며 국무위원들의 군기도 잡았다.
총리 취임 이후 그는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세종시 수정에 매진했지만 최근 지방선거 패배로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으로부터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그로서는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느낄 법도 하다.
정 총리는 이날 ‘여러 가지 배웠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내용은 ‘정치권의 인식이 어쩌면 저렇게 다르고 또 급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은근히 정치권을 꼬집는 반어법으로 읽힌다. 정 총리는 아직까지는 정치권의 냉혹한 생리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정 총리가 나름의 순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각종 국정 현안의 해결책을 찾아내길 기대해 본다.
이유종 정치부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