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춘추시대에도 벌써 많은 사람이 권세에만 집착하여 요직에 나간 뒤에는 학문을 잊고 말았던 듯하다. 그렇기에 자하는 벼슬하는 여가에 배우라고 권했다. 한편 학문하는 사람도 성급하게 벼슬에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자하는 학문을 충분히 익혀 여력이 있으면 비로소 벼슬에 나아가 학문의 내용을 실천하라고 권했다. 자하의 말을 줄여서 學優仕優(학우사우)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이황은 기대승에게 서찰을 보내 出處(출처)에 관해 조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學優仕優의 가르침을 처신의 절도로 삼아 올바른 의리를 정밀히 살피십시오. 출세하여 벼슬할 때는 국사를 걱정하는 이외에 한 걸음 물러서고 한 계단 낮추어 학문에 전념하여, 내 공부가 지극하지 못한데 어떻게 經國濟世(경국제세)의 책임을 맡겠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며, 시대와 맞지 않을 때는 외부의 일에 상관하지 말고 閑職(한직)을 청하거나 물러나길 도모해서 학문에 전념하여, 내 공부가 지극하지 못하니 마음을 가라앉혀 몸을 닦고 공부를 진전시키는 것을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