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치유 메시지 담아춤-연기장면 단절 아쉬워
20일 공연된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에센트릭 발레단의 ‘친구에게 ver.2’.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순수를 간직하고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주인공 남자(뒷줄 가운데)가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사진 제공 창무국제무용제
연출 ★★★☆ 안무 ★★★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에센트릭 발레단의 ‘친구에게 ver.2’는 제목 그대로 친구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듯 소박한 작품이었다.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첫 장면에 집약됐다. 도시의 소음 속에 중년 남자가 중얼거리는 나지막한 러시아어 자장가 소리가 들린다. 우울한 표정을 하고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과 축구공을 든 채 의자 위에 널브러져 있는 주인공 남자가 등장한다.
무용수들은 계속해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 퇴장했고 정면이 아닌 측면을 주로 바라보며 연기했다. 관객이 직접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의 일상을 차분히 관찰하도록 한 연출 의도였다. 그러나 춤과 연기가 융화되지 못한 채 춤을 추는 장면과 연기를 하는 장면이 단절된 점은 아쉬웠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연기를 하고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춤을 춘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 작품은 ‘전쟁, 예술, 그리고 치유’를 주제로 열린 제16회 창무국제무용제의 폐막작 중 하나로 공연됐다. 우리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 이야기하는 데서 치유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무용제의 주제에도 적절한 작품이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