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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상임위 부결]기업유인책 ‘없던일’ 될수도… 민주 “다음 정권서 하면 된다”

입력 | 2010-06-23 03:00:00


《정부가 제출한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최종 무산될 경우 여권은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따라 세종시 원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최근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 원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미세조정은 모르겠지만 중간점이 되는 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순수 원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수정안과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주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충청권 자치단체장들과 야당 일각에선 “행정부처가 내려오는 것에 추가해 원안에 담긴 자족기능 취지에 입각해 정부가 기업유치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법안 무산 후의 세종시 추진 전망과 이에 따른 쟁점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1. 원안이행 절차
‘9부2처2청 이전’ 다시 고시… 공사는 하던대로


Q. 세종시 원안 이행 절차는….

A. 세종시 원안은 국무총리실 등 35개 안팎의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국책연구소 등을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고 22조5000억 원(국가예산은 8조5000억 원 한도)을 투자해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드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먼저 세종시로 옮겨갈 부처 이전 변경의 고시절차를 밟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미 이전 대상 부처가 고시됐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 개편으로 이전 대상 부처의 변동이 생긴 것을 반영해 9부 2처 2청의 이전 대상 부처를 다시 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세종특별자치시설치법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세종시의 명칭, 법적 지위, 관할구역을 규정하는 이 법은 세종시의 성격과는 상관없지만 수정안 논란에 밀려 그동안 처리가 지연돼 왔다. 여야가 관할구역과 시행 시기에 대한 이견만 조정하면 처리가 어렵지 않다. 정치권에서 세종시 수정안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2007년 7월부터 시작된 세종시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돼 왔다.

2. ‘+α’ 논란은
왜 정부기관 유입인구 5만명 불과 ‘자족기능 미흡’


Q. 세종시 ‘플러스알파(+α)’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는….

A. 세종시 원안에는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예정대로 정부기관이 이전해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1만2000명과 그 가족을 포함하면 세종시의 인구는 최대 5만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도시계획상으로도 산업용지 업무용지 대학용지 등 자족기능과 관계가 있는 용지는 전체 용지의 6.7%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수정안 추진자들은 원안으로는 기업 이전이나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추진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안 지지자들은 원안의 ‘복합도시’라는 개념에는 수정안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알파’가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원형지 개발권, 세제 감면, 외국인투자기업 유인책 등이 복합도시 개념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정부가 수정안 폐기와 관계없이 복합도시를 실현할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3. 야권의 속내는
원안도 괜찮지만 +α 공세땐 충청 확실한 友軍


Q. 야당이 원하는 것은 ‘원안대로’인가, ‘원안 +α’인가.

A.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원안만으로도 괜찮다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22일 “원안에는 소위 말하는 ‘+α’, 다시 말해 문화 교육, 과학(분야) 등이 이미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어차피 세종시는 이번 정권에서 모두 추진하기는 어려운 일인 만큼 원안만 추진하도록 길을 터주면 된다. 나머지는 다음 정권에서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의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는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이 되면서 주변에 입주 기업에 대한 혜택이나 기업유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도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세종시 논란 초기에 ‘원안+α’를 세종시가 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앞으로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와 자유선진당, 충청권 자치단체장들이 “원안의 정부 부처 이전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로 수정안 수준의 특혜를 달라”고 요구하고 나설 경우 여야 간에 다시 뜨거운 대립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은 정부 여당이 ‘+α’를 외면할 경우 충청권의 미움을 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α’ 공세가 손해 볼 게 없는 전략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우 대변인은 22일 “청와대가 그렇게 나온다면 앞으로 한나라당은 충청도에서 표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 이전에 수정안 수준의 특혜가 추가될 경우 비(非)충청지역의 반발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양면의 칼이 될 수도 있다.

4. 여권의 딜레마
“인센티브 근거 사라져” 선 그었지만 갈등 우려


Q. 정부 여당이 충청권 민심을 감안해 ‘+α’를 결국 받아들일 가능성은….

A.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원안을 다시 수정해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을 위한 추가 예산지출 근거를 마련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충북은 물론이고 충남권 안에서도 대전 같은 곳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달라고 한다. 영남권과 전남, 전북도 마찬가지”라며 “지역별로 이해가 갈려 있기 때문에 세종시만을 위한 ‘제2의 수정안’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만에 하나 제2의 수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그때 가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22일 교섭단체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백지화되고 기업의 이전 움직임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6월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다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 (부결 땐) 결국 원안의 자족기능 부족 때문에 충청권에서 또 다른 수정안을 요구하는 상황이 올 게 뻔하다. 그때 가서 정치인들이 뭐라고 주장할지, 정치인들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지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해양위에 출석해 “기업에 대한 혜택은 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세종시 수정법안 부결로) 그건 없어지는 것”이라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수정안의 핵심이기 때문에 수정안이 안 되면 (충청권 유치 여부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