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던 한국, 주는 나라로
6·25전쟁에 파병한 16개국은 당시만 해도 한국보다 경제력이 앞섰지만 지금은 처지가 뒤바뀐 곳이 적지 않다. 남미의 유일한 참전국인 콜롬비아는 1970년 1인당 국민소득이 441달러로 한국(255달러)보다 높았다. 하지만 마약조직과 무장반군에 시달리다 보니 2008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5306달러로 한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제 한국은 이들 국가에 경제발전의 경험을 전수할 정도로 국력이 커졌다. 올해 정부가 참전국인 콜롬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후보로 선정한 데는 보은(報恩)의 의미도 담겨 있다. KSP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정책수립 과정에서 자문에 응해주는 제도로 참전국인 터키는 이미 2008년에 정책자문을 했다.
국력이 역전된 나라 중 가장 극적인 사례는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해 20세기 초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꼽혔다. 6·25 때 한국에 물자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편 대가로 경제가 몰락해 지금은 국민소득이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 전쟁직후 한국, 요즘으로 치면 방글라데시 수준 ▼
경제규모 210개국중 165위
6·25전쟁으로 경제기반이 철저하게 파괴된 탓에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67달러에 불과했다. 북한의 경우 한국보다는 국민소득이 높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가난한 나라이기는 마찬가지였다.
1953년의 67달러를 물가상승률과 화폐가치 및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해 계산하면 2008년 기준으로 약 1020달러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계은행의 200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순위에 대입하면 210개국 중 165위가 된다. 솔로몬군도(1010달러) 바로 위다.
전쟁 직후 한국이 얼마나 가난했는지 실감이 안 난다면 현재 1인당 국민총소득이 1000달러 미만인 나라들을 살펴보면 된다. 이 국가들은 대부분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속해 있으며 쿠데타와 내전이 반복돼 경제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조차 마련하지 못한 곳이 많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네팔(400달러), 캄보디아(640달러), 방글라데시(520달러) 등이 해당된다.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나라는 시간이 지나도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제발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서 1인당 GNI가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된 브룬디는 1970년 68달러에서 2008년 134달러로 38년 동안 66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라이베리아는 1970년 191달러에서 2008년 167달러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1970년 255달러에서 2008년에는 1만9296달러로 70배 이상 급증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