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축제 - 햇살축제는 어때요?
◇ 축제와 문화콘텐츠/김영순 최민성 등 지음/다듶미디어
철학 사회학 문화학 교육학 전공자와 축제 실무기획자 8명의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주변의 수많은 축제를 진정한 축제의 시선으로 본 적이 없음을 깨닫게 한다. 동시에 주변의 많은 축제가 의례적인 행사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 책은 축제의 철학적 의미부터 축제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방법론을 일러준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과 축제를 즐기는 사람 모두 아름다운 삶을 가질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에서다.
축제의 기원을 쫓다 보면 신화나 제의와 만난다. 기원전 800년경 그리스 농부들에 의해 풍요와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제의뿐만 아니라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등 우리의 고대 부족국가에서 행해지던 제천의식도 있다. 이때는 온 나라 사람이 축제 속에서 신과 교섭한다는 믿음을 갖고 음주가무를 즐겼다. 고대의 축제는 연대감, 우정, 황홀경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의미가 크게 줄어들었다. 영화, 사이버공간, 각종 레저산업 등에서의 체험에 그 역할을 빼앗겨 일상적인 문화소비의 현상으로만 남게 됐다.
국내 축제를 분석하면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에 주목했다. 함평에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관광지가 없다. 관광 부존자원의 부재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 창출을 자극했다. ‘나비’라는 상징 하나로 한국의 대표적인 우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상징은 그만큼 큰 힘을 지닌다. 함평이라는 지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지만 ‘나비를 보러 함평으로 오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도시민들의 정서를 단번에 움직였다. 나비는 환경의 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지표생물이다. 함평군은 사람들이 나비를 통해 친환경의 기호를 읽을 수 있도록 축제를 기획했다. 나비와 관련된 도가적 설화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나비 문양·민화 전시회 등을 기획함으로써 나비축제는 더 크게 확장할 있다고 제안한다.
성공적인 축제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는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일본의 종이축제 등에 대한 사례 분석에서도 찾을 수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