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드라마 ‘메디컬 인베스티게이션’에서 다뤄진 에피소드였다. 기동의학팀은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른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같은 생선가게에서 새우를 사다 먹었다는 것임을 알아낸다. 조사 결과 이 새우에서 재생불량성 빈혈을 발생시킬 수 있는 클로람페니콜이 검출된다.
클로람페니콜은 독일 화학자 파울 에를리히가 1947년 토양 방선균에서 추출한 항생제다. 클로람페니콜은 항균 작용을 인정받아 가축 질병 치료와 예방에 대량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이 물질이 인체의 골수 조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제기됐다. 이로 인해 식용동물에 대한 클로람페니콜 사용은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새우와 꿀 등 몇몇 제품에서는 여전히 클로람페니콜 성분이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퇴비에 들어 있는 영양분을 물 속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섭취하는 과정에서 클로람페니콜의 잔류물 역시 흡수됐다. 이들이 동물성 플랑크톤과 새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거치며 생물 농축 현상이 일어나 인체에 치명적 질환을 일으킬 만한 수준의 클로람페니콜을 함유한 새우가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환경오염의 아주 무서운 공포 중 하나는 우리가 과오를 깨닫게 된 이후에도 그 여파가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염물질은 아주 오랫동안 환경에 잔존하고,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간에게 해를 입힌다. 환경오염 문제에 있어서 대책보다는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