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002년 때는 막내여서 선배들만 따라갔다. 이번에는 주장을 맡으면서 당시 선배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깨달았다. 처음부터 16강을 목표로 나섰고 마침내 남아공 땅에서 달성했다. 나는 물론 모든 선수가 원정 16강 진출의 어려움을 깨달았다. 어려움을 이겨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 대패하면서 국내 분위기자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뻤다. 16강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다. 조별 리그를 마치고 나니 집중력이 필요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교훈을 얻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집중력을 잃을 때도 있었지만 앞으로 그런 면을 인지하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게 긍정적이다.
▽박주영=대회를 마칠 때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새 목표를 향해 도전하겠다. 마음고생은 경기 다음날 털어냈다. 주위에서 부담을 갖지 않게 많이 도와줬다. 감독 등 코치진도 개의치 말라고 했다. 실수는 경기를 통해 만회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프리킥 때 공이 가려 보이지 않았다. 골 그물이 출렁여 그제야 알았다. 운이 좀 따랐던 것 같다. 염기훈이 전반 한 번씩 프리킥을 찼는데 킥을 할 때 상대 골키퍼가 움직이더라. 내가 다시 프리킥을 할 때 염기훈에게 살짝 움직여달라고 했다. 우리가 비기는 것도 좋지만 이겨야 16강 진출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았다. 멈추지 말고 계속 도전하겠다. 한걸음 한 걸음 새 목표에 도전하겠다.
▽차두리=저승사자를 보고 지옥에서 돌아온 기분이다. 첫 번째 실점에서 실수했는데 실수 후 경기 전체를 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며칠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많은 일들로 걱정이 많았고 실수 후에 경기에 집중하고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기지 못했지만 16강에 올라가 기쁘다.
▽이영표=우리가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말자고 경기 전에 이야기했다. 실제로 경기에서 먼저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잘한 것 같다. 페널티킥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김남일도 자기 역할을 잘 했다. 상대도 우리도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는 분위기였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더 많이 경기를 지배했다. 어떤 경기를 했는가보다 16강에 올라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기성용=오랜만에 많이 뛰어서 그런지 후반에 쥐가 났다. 일단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새로 써서 기분이 좋다. 선수들이 고생이 많았다. 박주영 형이 아르헨티나 전에서 자책골을 넣었지만 그건 내가 상대 선수를 마크를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이번에 어시스트를 많이 했는데 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선수들이나 감독님이 믿어준 것에 대해 보답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200여개 나라 중 16위 안에 우리가 들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8강을 목표로 잘된 점과 나쁜 점을 다 파악해 준비를 잘하겠다.
더반=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