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런 삶의 방식은 복잡한 인간 사회에서 공존하고자 하는 본능에 따른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진화해 온 결과물로서 우리의 유전자에 상생과 공격이라는 DNA 유전정보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출구에 서서 행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대부분의 행인은 눈빛을 스스로 피하며 고개를 숙이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못 본 척한다. 행인 중 20∼30%는 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냐고 버럭 화를 낼 것이다. 사람이 눈빛을 피하는 것은 시비나 충돌을 미리 피하고자 하는 상생의 본능적인 행동이다. 화를 내는 소수의 경우는 공격성의 DNA를 제어하지 못해서 대결구도를 이끌어내는 행동이다. 실험에서와 같이 대다수의 사회구성원은 구성원 간 또는 이익집단 간의 시비나 충돌을 최소화하고 사회를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상생의 DNA가 잠재의식에 보다 깊숙이 박혀 있다.
생쥐는 공간의 크기가 어느 수준 이하로 작아지면 자신들끼리 싸워서 서로를 물어뜯어 죽여 버리고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확보하려고 했다. 초록원숭이는 공간의 크기가 많이 줄어 서로의 몸통이 닿을 만큼 되면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늘이나 땅, 또는 공간 밖의 다른 풍경을 쳐다보는 행동을 보였다.
초록원숭이의 실험 결과는 서로 간의 마찰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적인 행동으로 지하철에서 인간이 보여 주는 행동과도 매우 유사하다. 만원인 지하철에서 우리는 대부분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지 않는다. 우리도 초록원숭이처럼 서로 다른 곳을 보려고 애를 쓰거나 광고 또는 바깥쪽 풍경을 쳐다본다.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게 됨으로써 생기는 시비와 마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마찰이나 갈등을 예측하여 줄이는 행위는 오랜 기간의 진화를 통해 사람과 원숭이의 의식 속에 잠재돼 있다. 생쥐에게서 보이는 공격적인 본능은 결국 집단의 공멸을 초래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위한 상생의 DNA는 우리 인간 집단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면 본능에 잠재된 상생의 DNA의 작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 쟁점 등 굵직한 이슈가 많은 시점에서 진정 필요한 점은 상생의 DNA를 다시 활성화시켜 공존을 위한 대화, 타협과 배려가 활발히 전개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다른 이익집단을 공격하거나 질타할 수 있지만 우리가 속한 가장 큰 틀의 이익집단인 국가의 번영과 공존을 위해 자신의 행동이 상생을 위한 것인지, 대결을 위한 공격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