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집가 이현표씨 소장 포스터로 살펴본 ‘영화 테마’

미군이 인민-중공군 격퇴…승전 영화가 70편 차지
영웅의 삶 영화화
美 UDT 그린 ‘수중전사’…미국판 ‘한주호 준위’ 묘사
반전 정서 반영도
전투에 염증느낀 병사 등장…우회적으로 베트남戰 비판

‘도곡리 다리들(TheBridges at Toko-Ri·1954년)’. 마크 롭슨 감독, 그레이스 켈리 주연.
문화체육관광부 직원인 이현표 씨(60·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사진)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6·25전쟁 배경 영화는 전쟁 발발 뒤부터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까지 20편, 휴전 뒤 1959년까지 42편이 제작됐다. 이후는 18편(1960년대), 5편(1970년대), 2편(1980년대), 4편(1990년대)으로 줄었다. 이 씨는 “전체의 3분의 2가량인 62편이 1950년대에 제작됐다”며 “1950년대 당시 미국인들이 6·25전쟁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옥(Hell In Korea·1956년)’. 줄리언 에이미스 감독.
○ 미군 영웅, 로맨스 등 소재 다양
‘더 랙(The Rack·1956년)’. 아널드 레이븐 감독, 폴 뉴먼 주연.
‘수중전사(Underwater Warrior·1958년)’.앤드루 마턴 감독.
○ 반전 정서 반영하기도
‘배틀 플레임(Battle Flame·1959년)’.R G 스프링스틴 감독.
동명 CBS TV시리즈로 더 유명한 원작 영화 ‘매시(Mash·1970년)’에도 은근한 반전 정서가 담겨있다. 35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서 8160만 달러를 거둬들이며 흥행에 성공한 이 영화는 ‘못 말리는’ 군의관 세 명과 엄격한 간호장교 사이의 좌충우돌을 그렸다. 코미디의 배경으로 6·25를 선택해 우회적으로 베트남전을 비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언 에인절(Iron Angel·1964년)’. 켄케네디 감독.
○ 6·25와 함께 환갑 맞는 전쟁둥이
이 씨는 1950년 10월 1일 태어난 ‘전쟁둥이’다. 6월 25일 당시 서울에 살다가 한강철교가 끊어져 피란을 하지 못한 이 씨 모친은 임신 7개월의 몸으로 그해 7월 초 한강을 건넜다고 한다.
‘맥아더(MacARTHUR·1977년)’. 조지프 서전트 감독, 그레고리 펙 주연.
이 씨는 “6·25 60주년을 맞는 올해 나도 환갑을 맞는다”며 “최근 국방일보에 ‘할리우드가 본 6·25 전쟁’시리즈를 연재하며 미국 대중문화 속 6·25전쟁에 대한 시각을 알리고 있어 포스터 수집이 의미 있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앤드루 마턴 감독 1954년 작품 ‘전쟁포로’
레이건 前대통령 출연… 北 포로수용소 잔학상 그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주연한 6·25전쟁 배경 영화 ‘전쟁포로’ 포스터.포스터 속의 오른쪽 끝 인물이 레이건 전 대통령. 사진 제공 이현표 씨
육군 정보장교인 웹 슬론 대위(로널드 레이건)가 상병으로 위장해 소련군 대령의 실질적인 감독하에 있는 북한 포로수용소에 잠입한 뒤 일부 포로들과 함께 무사히 귀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레이건 대통령은 생전에 이 영화에 자신이 출연했다는 것이 거론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수용소에 잠입한 슬론 대위가 한 미군 상병을 구하기 위해 소련 군 장교 앞에서 ‘위장 전향’을 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무리 ‘위장전향’이고 영화일 뿐이라지만 1980년대 공화당 대통령으로 ‘강한 미국’을 주창하며 군사력이 뒷받침하는 강경한 대외정책을 펴온 대통령이 공산주의를 칭찬하는 모습이 담긴 영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