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호관찰소 관리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 농촌서 봉사활동
사기 절도 상해 음주운전…
자숙차원 더 열심히 일해
일손 부족 농가 도움주고
깨 우침도 얻고 ‘일석이조’

24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먹골배 농가에서 서울보호관찰소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이 농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배를 솎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보호관찰소
이날 농촌봉사활동에 나선 8명은 서울보호관찰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20대에서 50대까지 나이도 다르고 사기, 절도, 상해,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 전력도 다양한 이들은 경기 남양주시와 구리시 농가들로 함께 농촌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법원에서 부가 받은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이다.
올해 4월 1일 법무부는 농협과 ‘사회봉사 대상자 농촌지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동안 띄엄띄엄 이뤄지던 농촌봉사활동을 처음으로 지속적인 사회봉사활동으로 체계화한 것. 서울보호관찰소는 양해각서에 따라 4월 29일부터 서울 인근 남양주시와 구리시를 찾아 농협지부와 협약을 맺고 두 달간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9시간씩 ‘농활’에 나서고 있다. 하루 100여 명씩 그동안 총 2900여 명이 남양주시와 구리시의 일반 농가를 찾았다.
술을 마시고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480시간 봉사 명령을 받은 정모 씨(20)는 “서울에서만 살아 농사일에 생소한데도 즐겁다”며 웃었다. 벌써 120시간을 채운 정 씨는 “이러다 귀농할지도 모르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배가 굵어가는 것을 보면서 책임감도 들고 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특수절도혐의로 120시간 봉사명령을 받은 동갑내기 오모 씨(20·여)는 함께 일하면서 정 씨와 친해졌다. 오 씨는 “처음에는 억울하게 잡혀왔다는 생각에 화도 났지만 공기 맑은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농가 주인인 이 씨는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하고 인건비도 비싸 걱정인 농가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여러 사회봉사가 다 의미 있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자연을 벗 삼아 일하며 훈훈한 농심(農心)에서 인간미를 배울 수 있는 농촌봉사활동은 색다른 깨우침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봉사자가 “봉사시간이 끝나도 배 수확할 때까지 다니겠다”고 말하자 다른 봉사자들이 “그러자”고 외치며 껄껄 웃었다.
남양주=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