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무료-아이템 유료’ 빅히트
세계 1억유저 단순한 게임에 열광
하지만 이 게임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3년 4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만 인기를 끈 게 아니다. 현재 1억 명의 회원 중 80% 이상이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유저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액(넥슨의 지배회사인 엔엑스씨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은 7037억 원. 메이플스토리는 현재 넥슨에서 제공하는 30여 개 게임 중 매출액 기여도가 가장 높다. 메이플스토리가 ‘글로벌 히트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7월 1일자)에 실린 메이플스토리의 성공 비결을 요약한다.
○ 先 수익모델, 後 게임개발
보통 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제품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먼저 정해 놓고 개발 작업을 완료한 다음 최종적으로 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정반대의 절차를 밟았다. 수익 모델을 먼저 정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게임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 수익 모델이 바로 ‘부분 유료화(게임은 무료로 즐기게 하되 게임 도중에 아이템을 구입했을 때 과금하는 체계)’다.
부분 유료화 모델에 성공하려면 최대한 많은 아이템을 팔아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아이템을 신속하게 개발해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단순하지만 쉽게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이 본부장은 2D방식에 캐릭터가 가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소위 ‘횡스크롤’ 방식을 택했다. 통상 3D 게임에선 투구, 상하의, 팔다리 장식 등 캐릭터 전신 아이템 한 세트를 개발하는 데 보통 2, 3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2D 횡스크롤 방식에서는 일주일이면 새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다. 명확한 수익 모델을 먼저 염두에 두고 게임 개발에 착수한 덕에 이 본부장은 초특급 대작들의 홍수 속에서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 MapleStory
현지법인-파트너십 나눠
나라마다 진출방식 다르게
신규 아이템 신속하게 공급
치열한 시장서 차별화 성공
○ 치밀한 계획에 따른 단계적 해외 진출
메이플스토리는 내부 역량과 해외 현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체계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넥슨이 이미 잘 알고 있어 공략하기 쉬운 시장에는 직접 현지법인을 세워 진출했다. 반면 시장을 잘 모르거나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는 현지 업체와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韓-입소문 日-TV광고 美-웹진홍보… 지역별 최적화 마케팅
반면 중국 시장은 현지업체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진출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의지가 강한 데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자 규제 수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시장처럼 선행 학습 경험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넥슨은 파트너십이 최선이라고 결론지었다.
북미 시장은 최소 수요를 확보한 후 직접 진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넥슨은 일본처럼 북미 시장에서도 궁극적으로 현지법인을 세워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넥슨은 과거 미국에 현지법인부터 세우고 무턱대고 사업을 벌이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었다. 따라서 넥슨은 북미 시장 진출에 앞서 우선 한국에 서버를 두고 영어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성이 있는지 점검했다. 이후 최소 동시접속자 수가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2만 명 수준을 넘어서자 2006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 게임 시스템과 규칙까지 현지화
온라인게임업체들은 보통 해외에 진출할 때 게임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현지어로 번역하고 각국 문화에 맞는 이벤트를 기획하며 현지 분위기를 반영하는 그래픽을 준비한다. 메이플스토리도 일본 게임엔 벚꽃 배경을 집어넣고 옥토버페스트(독일의 맥주 축제) 기간이 다가오면 독일 게임에 맥주 관련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수준에 만족하지 않았다.
메이플스토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게임 시스템과 규칙까지 국가별로 다르게 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온라인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고객들의 특성에 맞춰 경험치 설계(게임에서의 활약상에 따라 얼마만큼 보상을 해 줄지 결정하는 체계)를 달리 했다. 즉, 일본 고객들이 훨씬 쉽게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경험치 설계를 바꿨더니 좀처럼 늘지 않던 일본 메이플스토리 회원이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일본 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넥슨은 싱가포르와 유럽에 진출할 때도 경험치를 재조정했다.
넥슨은 한국에서 TV 광고를 하지 않는다. TV 광고가 온라인게임 홍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국내에서 지인들의 소개와 권유가 게임 선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하고 학교별 대항전을 개최하거나 사용자 간담회를 여는 형태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일본 시장에서 넥슨은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TV 광고를 선택했다. 일본 소비자들의 대다수는 오락실에서나 별도의 게임기를 구매해 게임을 즐겼다. 온라인게임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얘기다. 넥슨은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 ‘계몽’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미국 시장에선 게임 전문 웹진에 대한 홍보에 주력했다. 미국 유저들은 게임을 선택할 때 주변 친구들 못지않게 게임 전문 웹진에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전략이다. 또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다.
○ 도전 과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매년 서너 차례 대규모 업데이트를 해 오긴 했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차기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정체성은 유지하되 자기잠식(cannibalization) 효과를 최소화하는 차기작 모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게임 중독 등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특히 메이플스토리는 게임 유저가 초등학생, 중학생 등 저연령층에 집중돼 있어 ‘코흘리개를 상대로 돈을 번다’는 일부 비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최순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 skychoe@yonsei.ac.kr
▼ DBR Open Question ▼
■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아래 질문 중 하나 이상에 대한 의견을 6월 30일까지 www.dongabiz.com 게시판이나 dbr@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내부 심사를 거쳐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형식 및 분량 자유).
[1] 자기잠식 효과(cannibalization)를 최소화할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의 차기작 메이플스토리Ⅱ의 개발 방향은 무엇일까요?
[2]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과 ‘청소년 심야시간 접속 제한 제도’ 등 각종 규제에 대해 넥슨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요?
■ 독자 의견 소개합니다
◆ 매드포갈릭 성장 전략은?
확장보다 틈새브랜드 개발
마늘-단군신화 스토리 활용
“공격적 점포 확장보다는 매드포갈릭에 필적할 제2의 니치 브랜드를 만들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 및 스토리텔링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자.”
외식업계의 소리 없는 강자 매드포갈릭의 성장 전략에 관한 독자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9호와 본보 6월 12일자 B1면에 실린 매드포갈릭 기사의 Open Question 코너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매드포갈릭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신중한 확장과 공격적 확장 중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많은 독자가 전자를 택했다. 박용삼 씨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 결국 음식
맛과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진다”며 “추가 니치 브랜드를 적극 발굴하라”고 조언했다.
매드포갈릭의 인지도 향상 전략과 관련해 변창우 씨는 “마늘 수확 철에 직원들이 농가를 방문해 일손을 거든다면 착한 기업이란 이미지도 쌓고 홍보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해 씨는 “마늘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식품인 만큼 단군신화와 연계한 이벤트를 열자”고 제안했다. 배기석씨는 “‘우리 맛의 원천은 의성 6쪽 마늘’이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고, 고객들이 매장에서 해당 마늘의 효능과 장점 등을 직접 접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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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2010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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