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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 파업안 가결… 사측 “강경 대응”

입력 | 2010-06-26 03:00:00

타임오프제 대리전 양상… 재계-노동계 초긴장
사측 “불법요구 협상불가”… “파업할 때냐” 반발도




다음 달 노조 전임자 수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개정 노동법 시행을 앞두고 기아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이 24, 25일 파업안을 투표에 부쳐 65.7%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민주노총 산하 대규모 사업장인 기아차의 노사협상은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노동법 시행을 ‘저지하려는’ 금속노조와 ‘사수하려는’ 재계 간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협상 결과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 ‘올해 파업 만만치 않을 것’

기아차 노조는 조합원 3만115명 중 2만7528명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가해 1만9784명(재적 조합원 대비 65.7%)의 찬성으로 쟁의행위 결의 안건이 통과됐다고 25일 밝혔다. 개정 노동법에 따라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 유급 노조 전임자 수가 181명에서 19명으로 크게 줄어드는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에서 오히려 전임자 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아가면서 하반기(7∼12월) 기아차의 판매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회사 측은 올해 노사 업무를 총괄하는 경영지원본부장을 전격 교체하고, 노조의 상견례 요구를 8차례나 거부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인 터여서 올해 파업이 발생하면 강도가 예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 측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파업에 따른 생산 손실액이 1조 원 이상”이라면서도 “노조가 전임자 수를 지금보다 오히려 더 늘려달라는 불법적인 요구를 하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회사 측은 “노조가 전임자 급여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면 불법 파업”이라며 “파업이 발생할 경우 인기 차종의 생산 차질과 출고 지연으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게 되고 브랜드 이미지 손상도 불가피하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신차 ‘K5’의 출고를 기다리는 고객이 2만 명에 이르고 ‘K7’ ‘스포티지R’ 등도 수요에 맞추려면 특근을 해야 할 상황인데 파업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내부 반발로 파업강행 불투명

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올 1월 28.5%에서 지난달 34.5%로 높아졌다. 승용차 부문에서는 지난달 판매량이 현대차를 앞질렀다. 이 때문에 노조 내부에서는 “제2의 전성기를 앞두고 파업으로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는 반발도 나온다. 실용주의 계파인 기아노동자연대는 소식지에서 “금속노조의 선봉대 역할을 하며 대리전을 벌이는 것은 회사만 멍들게 한다”고 밝혔다. 또 현장 생산직 반장 모임인 생산관리자협의회도 한 홍보물에서 “관행적 파업보다 내실 있는 임·단협을 해야 한다”면서 쟁의행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내부 반발과 ‘불법 파업’이라는 부담 때문에 당장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지는 불투명하다. 당분간은 사측에 교섭을 촉구하며 명분 쌓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회사 노조는 1991년부터 올해 초까지 20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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