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조사에서 좋은 평가… 기업환경 전반적 상승재판 만족도 높아져 한국 사법제도 세계가 주목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이 10개 평가 항목 가운데 기업 간 분쟁 해결에 드는 시간과 비용, 절차 등을 분석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따지는 사법제도 분야에서 183개 국가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창업 난이도(53위) △인·허가 부문(23위) △투자자 보호(73위) △조세제도(49위) 등 다른 평가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도 종합순위에서 20위 안으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법제도 분야에서 1∼4위를 차지한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홍콩, 노르웨이가 경제규모나 사법부의 규모 면에서 한국과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려울 만큼 작은 국가들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사실상 1위를 차지한 셈이다.
○ 구술심리 강화로 재판 만족도 높아져
법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 재판부마다 특정 요일을 지정해 재판을 열었다. 그러다 보니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시간마다 20∼30건꼴로 재판이 진행됐고, 법정은 당사자와 방청객, 변호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사건의 심리에 채 5분도 안 되는 시간이 배정되다 보니 사건 당사자가 법정에서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이라도 하려 들면 재판장은 “자세한 내용은 서면으로 써서 내라”고 제지하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11월 구술심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민사소송 규칙을 개정해 재판 당사자가 법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했다. 판사가 사무실에서 기록을 읽고 판결문을 쓰는 대신 법정에서 양측의 공방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사건의 처리방향을 드러내도록 해 소송 당사자가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를 위해 법정의 수를 크게 늘리고 소송 당사자들의 원활한 변론 진행을 위해 법정 안에 대형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 재판 상황을 녹화하는 카메라를 설치했다.
법원의 이 같은 변화는 소송 당사자들로부터 “재판다운 재판을 받았다”, “재판과정을 잘 이해하게 돼 승패를 떠나 판결에 수긍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재판 결과에 불복해 상소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재판 진행 중에 화해·조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시도의 증가로 이어졌다.
○ 외국 법원들 “한국을 배우자”
대법원은 2011년 준공을 목표로 베트남의 법관연수원 건설을 지원하는 등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사법 인프라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선진 전자소송, 전자등기 시스템에 대한 해외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