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8강의 꿈을 앗아갔다.
26일 오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 한국 대표팀은 전반 8분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에게 골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우루과이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후반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가 변수였다. 선수들은 폭우가 시야를 가려 제대로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경기장 잔디 곳곳이 파였고, 볼 트래핑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개인기에 능한 우루과이 선수들도 볼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폭우 속에서도 우루과이를 거세게 몰아붙인 한국은 후반 23분 이청용의 골로 동점에 성공했지만 후반 35분 수아레스에게 다시 골을 허용해 1-2로 끌려갔다. 두 다리의 힘이 쫙 풀리는 순간이었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갔고, 후반 42분 드디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은 박지성이 페널티지역으로 쇄도하던 이동국에게 빠르게 패스를 줬고, 이동국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이동국은 공을 잡자마자 번개같이 돌아서며 오른발 땅볼 슛을 날렸다. 우루과이의 페르난도 무슬렐라 골키퍼(라치오)가 몸을 날려 막았지만 공은 겨드랑이를 스치며 문전으로 때굴때굴 굴러갔다. 동점골이 될 수도 있던 상황. 그러나 폭우로 물이 많은 잔디에서 공은 빠르게 구르지 않았다. 뒤따라오던 우루과이 수비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공을 걷어냈다. 완벽한 찬스를 놓친 한국은 이후에도 공격을 이어갔지만 경기는 결국 1-2로 끝났다.
예상치 못했던 폭우가 우리 국민 전체가 염원하던 8강의 꿈을 무산시킨 순간이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