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새벽 광화문 사거리에서 동아일보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는 한국-우루과이전을 시청하는 시민들이 이청용 선수의 1-1 동점골에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
27일 새벽 한국이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1대2로 아깝게 진 뒤 거리 응원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8강 진출 좌절에 따른 아쉬움에 장맛비까지 겹친 때문인지 그동안 거리응원전에서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은 찾기 힘들었다.
이날 6만5000여 명(경찰 추산)이 몰린 서울광장과 인근 인도에는 응원전이 끝나고 난 뒤 시민들이 벗어놓고 간 우의와 우산, 각종 술병과 막대풍선 등 응원도구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 1시간이 넘도록 쓰레기를 치우며 주변을 정리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를 본체만체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날 서울광장에 버려진 쓰레기는 55t에 달했다. 서울 중구청 김태도 청소행정과장은 "4번의 응원전 중 가장 시민들의 협조가 안된 응원전이었다"며 "평소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청소 시간이 이날은 2시간 30분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8만 명이 모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역시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았다. 응원전이 끝난 뒤 강남구청이 수거한 쓰레기는 20t이 넘었다.
과도한 음주 응원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오전 2시 경엔 서울광장 인근 주점에서 응원전이 끝난 뒤 술을 마시던 40대 남성이 손님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이를 저지하던 50대 경찰관을 밀쳐 전치 수개월의 상해를 입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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