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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액 7% 삭감” 그리스 연금개혁안 확정

입력 | 2010-06-28 03:00:00

의회서 2주 논의후 내달 표결
노조, 내일 총파업 등 강력 반발

‘국채 상환위해 섬 팔아요’ 보도
그리스 정부 “사실 아니다” 부인




재정파탄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정부가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연금개혁안을 확정했다. 그리스 정부는 25일 각료회의를 열어 연금수령액을 향후 평균 7% 줄이는 효과를 가진 연금개혁안을 의결했다.

이 개혁안은 △현재 60세인 여성의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매년 1년씩 늘려 2015년까지 남성과 같은 65세로 만들고 △최대 연금수령이 가능한 근로기간(연금 납부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기 퇴직자의 경우 26%까지 연금수령액을 줄이는 불이익 조항을 둬 61.4세인 평균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2015년까지 63.5세로 높이기로 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연금개혁은 그리스가 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축소라는 처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구조를 개혁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연금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는 전체 인구의 23%인 260만 명이 연금으로 생활한다.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연금에 지불하며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놔두면 그 부담이 2050년까지 2배인 2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안드레아스 로베르도스 노동장관은 “연금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연금지급액이 2060년 GDP의 15.5%로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금개혁안을 담은 법안은 의회에서 2주간의 논의를 거쳐 7월 초 표결될 예정이다. 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반발을 예고했다. 공공노조연맹(ADEDY)과 전국노동자연맹(GSEE) 등 양대 노총은 29일 동시 총파업에 나선다. 그리스 위기가 시작된 올해 2월 이후 5번째 파업이지만 연금개혁이 긴축정책보다 더 심각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사회당은 의회에서 300석의 의석 중 157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일부 여당 의원이 반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 통과를 장담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스페인의 경우 최근 2013년부터 65세에서 67세로 정년을 늦추기로 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이를 보류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는 16일 현재 60세인 퇴직 정년을 2018년까지 62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확정했다. 다음 달 각료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의회에 제출될 이 연금개혁안에 노조가 강력 반발하며 연일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정년은 유럽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당시 65세를 60세로 하향 조정한 이래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정년이 65세인 독일 영국 등은 최근 정년을 더 늘리고 있다. 독일은 2012∼2019년 공공연금 대상자의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했으며, 영국은 65세 정년을 2016년 66세로 늦춘 뒤 장기적으로 이를 70세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덴마크는 이미 2007년 67세로 정년을 올렸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자국이 막대한 국가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일부 섬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25일 성명을 통해 “그리스 정부가 섬 매각과 관련 있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부정확하다. 개인이 소유한 섬을 파는 일은 새롭지도 않고 뉴스거리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앞서 24일 “그리스가 국가채무를 갚기 위해 6000여 개에 이르는 섬 중 일부를 중국과 러시아 등의 투자자에게 매각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