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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연방대법 ‘존엄사’ 첫 인정

입력 | 2010-06-28 03:00:00

“연 명치료 원치않는 환자 죽음 도와도 위법 아니다” 판결




독일연방대법원이 사전에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힌 환자의 죽음을 돕는 행위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dpa,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장애인 집단살해’를 경험한 탓에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역사적인 판결로 받아들여진다.

연방대법원은 혼수상태인 어머니 A 씨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한 딸을 도운 혐의로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볼프강 푸츠 변호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고 dpa는 전했다. 재판부는 “죽음에 이르기 전 연명치료를 거부한 환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인 2002년 어떤 종류의 연명치료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 의사에 따른 푸츠 변호사의 조언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일 법무부는 이 판결을 개인의 의사를 존중한 진일보한 판결로 환영했다. 자비네 로이트호이서슈나렌베르거 법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치료는 강요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존엄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 판결로 ‘환자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죽게 하는 행위’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환자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명확하게 구분됐다”고 평했다.

외신에 따르면 과거부터 질병을 앓아온 A 씨는 2002년 10월 뇌출혈로 의식을 잃기 전 딸에게 “혼수상태가 되면 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에 따라 푸츠 변호사와 A 씨의 딸은 2007년 혼수상태가 5년 이상 계속된 A 씨에게 연결된 영양공급 튜브를 의사의 동의 없이 잘랐다. 결국 A 씨는 후유증 등으로 2주 뒤 숨졌다.

숨진 A 씨의 딸 역시 푸츠 변호사와 같이 기소됐으나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범행한 사실 등이 참작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