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기업 수만 밝혀“채권단, 리스크 키웠다” 불만투자자, 선의의 피해 볼수도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18개 채권금융회사를 대표해 6개 시중은행의 행장들이 기업상시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날이 마침 6·25전쟁 60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시장에서는 ‘6·25 기업구조조정 살생부’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습니다. 몇몇 기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또는 퇴출 소문이 나돌고 있었던 터라 결과가 확정되면 시장의 불안과 의구심도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채권단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만 밝히고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장의 혼란도 커졌습니다. 한 매체가 어느 중견 건설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도하자 주거래은행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촌극이 빚어졌습니다. A기업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회사이지 우리는 아니다”라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B기업의 협력회사는 “우리가 거래하는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사실이냐”고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혼란의 원인은 채권단이 제공한 측면이 큽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은 몰라도 퇴출될 D등급은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장의 혼란을 불식할 책임이 있는 구조조정 당사자(채권단)가 오히려 시장 리스크(위험)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려질 사안인데 당연히 공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채권단의 행태에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업명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게 과연 옳은 방법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적어도 일주일의 기간에 투자자나 협력업체는 선의의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차지완 경제부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