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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못보지만 열정은 태극전사 8월 세계선수권서 일낼 겁니다”

입력 | 2010-06-28 03:00:00

시각장애인 축구단
‘소리를 차는 사람들’




비가 내리는 26일 오전 인천 연수구 동춘동 시각장애인전용축구장에서 시각장애인축구단인 ‘소리를 찾는 사람들’ 회원들이 축구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인천=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사람들 무관심이 가장 큰 적… 비용도 자기부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는 골대를 향한 현란한 드리블과 돌파, 힘이 넘치는 슈팅이 이어졌다.

26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길이 40m, 너비 20m의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에서는 쉴 새 없이 공에서 나오는 ‘차르르’ ‘차르르’ 하는 구슬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대를 한 양팀 5명씩의 시각장애인 선수는 공이 보이지 않았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마음을 집중해 ‘소리’를 차고 있었다. 경기를 향한 열정만은 월드컵 못지않았다.

이들은 시각장애인축구단 ‘소리를 차는 사람들(소차사)’ 회원.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축구를 할 수 있느냐’는 편견을 깨고 이들이 축구를 즐기게 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시각장애인 국가대표축구단 이창화 단장과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다산복지재단 등의 노력으로 1999년 서울 송파구에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이 생겼다. 이어 조약돌을 넣은 돼지저금통으로 축구를 하던 서울맹학교 선후배 10여 명이 모여 2000년 소차사를 창단한 것. 이제는 회원 50여 명이 서로 리그전을 치르며 실력을 키우는가 하면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참가하는 등 당당한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국내 시각장애인 축구동호인클럽은 10여 개.

이들은 각자 생업이 있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매주 축구장을 찾아 훈련을 하고 있다. 2002년부터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시각장애인 김경호 씨(32)는 “회원들 대부분이 안마사 일을 하는데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도 아침 일찍 축구장에 나와 공을 찬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비와 축구화 등 각종 부대비용까지 모두 자부담이라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만은 국가대표급이다”라고 덧붙였다.

세간의 무관심이 때로는 섭섭하다. 일본은 이미 시각장애인 축구대표팀의 인기가 상당해 국제경기를 할 때면 ‘울트라 닛폰’과 같은 응원팀이 따라다니는데 국내에서는 시각장애인 축구단의 존재 자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시각장애인 축구대표팀은 2004년과 2008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각각 6전 전패와 4패 1무를 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아시아 시각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는 영국과 대등한 접전 끝에 2-1로 아깝게 졌다. 올해 8월 영국 헤리퍼드에서 열리는 세계장애인축구선수권에서는 꼭 ‘세계선수권 첫 승’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인천=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