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이라고 속여 의사와 결혼 약속까지 한 '카사노바'가 떼인 돈을 받으러온 조폭 때문에 사기 행각이 들통났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의사인 A(40·여) 씨는 2005년 1월 솔로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직업과 함께 프로필을 올렸다. 그러자 '명문대 법대 출신에 북한 비자금을 추적하는 국정원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성모(45) 씨가 접근해 왔다.
말끔한 외모에 유머 감각까지 갖춘 성 씨에게 A 씨는 마음이 끌렸고, 4년 넘는 열애 끝에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발전했다. 급기야 A 씨는 성 씨에게 자신의 월급 통장과 카드까지 모두 맡기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A 씨는 78차례에 걸쳐 모두 2억 6000여만원을 성 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에 잔뜩 부풀어 있던 A 씨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조직폭력배인 남 모(380 씨가 부하직원 5명을 데리고 A 씨 앞에 나타나 "떼인 돈을 대신 받으러 왔다"고 횡포를 부리면서 성 씨의 정체가 드러난 것. 남 씨는 "성 씨가 송파구 한 병원 건물의 감정 평가를 부풀려주겠다"며 컨설팅업자로부터 받아간 로비금 3000만원을 떼먹었다"고 했다.
A 씨는 등에 새겨진 용문신을 과시하던 남 씨에게 3000만원을 뜯긴 뒤 경찰에 곧바로 남 씨를 신고했다. 그런데 남 씨를 조사하던 경찰은 A 씨에게 "성 씨는 명문대 출신도 국정원 직원도 아닌 사기 등 전과 7범"이라고 확인해 줬다.
이미 성 씨가 A 씨로부터 받아간 돈은 유흥비로 탕진해버린 뒤였다. 서울성북경찰서는 성 씨와 남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