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獨기업 가교역할… ‘묻지마 세계화’ 위험”
배진영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는 “올해는 지난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부임 3년만에 흑자반전 기대
모회사는 글로벌매출 66조
“처음 한국에서 일할 땐 상대방 직책은 뭐고 나이는 몇 살인지 등을 따지는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기업문화는 형식을 따지지 않는 유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팀을 위해서 개인 시간을 양보하고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 직원들의 근무 자세는 한국이 훨씬 뛰어납니다.”
배진영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43)는 23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본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 기업과 유럽 기업의 장단점을 이렇게 말했다. 파독(派獨) 광부의 아들인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1976년 9세 때 아버지를 따라 독일로 갔다. 2000년 다시 한국에 돌아온 그는 2007년 글로벌기업의 한국 현지법인인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 양국 잘 아는 한국인 CEO
배 대표는 회사의 주인이 바뀐 뒤 몇 년간을 “100% 한국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며 진통을 겪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체질 개선에는 진통도 따랐으나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이 직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성과급제를 도입하면서 시스템 개발 과정에 직원들을 참여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는 모기업의 기술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하나의 승강로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는 ‘트윈 엘리베이터’ 등을 보유한 기술 선도기업이면서 수출 기업으로 변모했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에 인수되기 전인 2002년 57억 원에 그쳤던 수출규모가 지난해 880억 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직원 수는 850여 명, 2008년 회계연도 매출은 3403억 원이다.
○ “회사 글로벌화 70∼80% 수준”
배 대표는 취임 당시 회사의 글로벌 수준이 30% 정도라고 하면 이제는 70∼80%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100% 글로벌화한 기업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어떤 회사건 현지화를 해야 하며, ‘붕 뜬 조직’으로 지역 시장이나 고객에 맞지 않는 기업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배 대표는 “견실한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올해 경기는 좋지 않지만 독보적인 기술력과 세계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