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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대수명 80세… 건강수명은 71세

입력 | 2010-06-29 03:00:00

‘병치레 9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앨러미더 지역에서는 1960년대 중반부터 수십 년간 흥미로운 추적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지역 45세 이상 백인 남성 6928명을 대상으로 수명과 7개 건강행위 간의 상관관계 조사다. ①하루에 7∼8시간 수면 ②매일 아침식사를 함 ③간식을 먹지 않음 ④적절한 체중 유지 ⑤규칙적인 운동(일주일에 세 번 이상) ⑥술은 적당히 마시거나 안 마심 ⑦담배를 피우지 않음 등 7개 기준을 지킨 사람들이 얼마나 사는지 조사한 것. 이 중 6개 이상을 실천한 사람은 평균 33년을, 5개는 28년을 더 살았다. 그러나 3개 이하는 22년을 더 사는 데 불과했다. 당시 45세였다면 67세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세. 그러나 수명이 높다고 해서 모두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평화롭게 눈을 감는 건 아니다. 질병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산다는 개념의 건강수명은 71세로, 기대수명과 9년의 격차가 있다.

노인건강 전문가인 조경희 일산병원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건강수명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병치레만 힘들게 하다가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숨이 멎는 나이는 80세라도 10년 가까이 질병과 다투면서 고통스럽게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전체 국민의료비의 30%가 노인을 치료하는 데 들어간다.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가 급증하는 이유는 노인인구 자체가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1인당 의료비도 1994년 23만4000원에서 지난해 257만2191원으로 11배 넘게 뛰었다. 과거보다 병원을 찾는 빈도가 훨씬 늘어난 것이다.

조 교수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일단 걸리면 정상으로 돌리기가 거의 힘들다”며 “아프지 않거나 병의 발생을 최대한 늦추도록 젊을 때부터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①당뇨와 고혈압이 생기지 않도록 만성질환을 예방할 것 ②나이가 들수록 밥은 적게 먹고, 운동량은 늘릴 것 ③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사람과의 접촉을 늘릴 것을 권했다.

젊은 사람에게는 건강수명이란 말이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내 몸이 나이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최근 80개 문항과 검사로 환자의 건강연령이 몇 살인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4월부터 가정의학회를 통해 보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보면 실제 나이는 30세지만 신체 나이는 35세로 나올 수 있다. 또 어떤 습관이나 지병이 몸을 다섯 살이나 더 늙게 만들었는지도 알게 된다.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in’ 홈페이지(hi.nhic.or.kr)의 ‘건강나이 알아보기’ 코너에서도 건강수명을 확인할 수 있다. 검사를 받은 후 나타난 각종 검사결과를 토대로 어떤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 순위별로 알려준다. 건강검진 결과가 여러 번 쌓이면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위협이 되는 요소도 짚어준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