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치레 9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세. 그러나 수명이 높다고 해서 모두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평화롭게 눈을 감는 건 아니다. 질병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산다는 개념의 건강수명은 71세로, 기대수명과 9년의 격차가 있다.
노인건강 전문가인 조경희 일산병원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건강수명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병치레만 힘들게 하다가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숨이 멎는 나이는 80세라도 10년 가까이 질병과 다투면서 고통스럽게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조 교수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일단 걸리면 정상으로 돌리기가 거의 힘들다”며 “아프지 않거나 병의 발생을 최대한 늦추도록 젊을 때부터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①당뇨와 고혈압이 생기지 않도록 만성질환을 예방할 것 ②나이가 들수록 밥은 적게 먹고, 운동량은 늘릴 것 ③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사람과의 접촉을 늘릴 것을 권했다.
젊은 사람에게는 건강수명이란 말이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내 몸이 나이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최근 80개 문항과 검사로 환자의 건강연령이 몇 살인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4월부터 가정의학회를 통해 보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보면 실제 나이는 30세지만 신체 나이는 35세로 나올 수 있다. 또 어떤 습관이나 지병이 몸을 다섯 살이나 더 늙게 만들었는지도 알게 된다.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in’ 홈페이지(hi.nhic.or.kr)의 ‘건강나이 알아보기’ 코너에서도 건강수명을 확인할 수 있다. 검사를 받은 후 나타난 각종 검사결과를 토대로 어떤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 순위별로 알려준다. 건강검진 결과가 여러 번 쌓이면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위협이 되는 요소도 짚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