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늘리고… 회의장 막고… 토론토시위대 되레 과격해져4개월후 서울회의 타산지석으로
답을 얻기 위해 기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25일과 26일 하루 3시간 이상씩 시위대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바다표범 의상을 입고 마스크를 쓴 에밀리 로벤더 씨는 “캐나다를 포함해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국가들에 항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갓난아기를 안고 있던 30대 부부는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자전거를 타고 시위를 벌인 필리스 매크리스털 씨는 “캐나다 정부가 세금을 낭비하고 있어 이에 항의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모국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민자 로제 맥도널드 씨는 “세계가 내 모국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약 4개월 후인 11월 11일 서울 강남 한복판인 코엑스에서 제5차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벌써부터 경비와 보안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캐나다 정부의 대응책은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캐나다는 정상회의 장소와 숙소를 중심으로 1∼3km에 걸쳐 높이 3m의 철제 펜스를 둘러쳤다. 캐나다 전국의 경찰 중 1만여 명(토론토 경찰 3500명 포함)을 토론토에 불러 모았다. 토론토 시내에 18개이던 폐쇄회로(CC)TV 카메라는 회의 기간 85개로 늘어났고, 개인 경비요원도 1100명이 고용됐다. 심지어 경찰에게는 회담장 주변에서 누구든 붙잡아 조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를 위해 캐나다 정부가 들인 돈은 6억5000만 캐나다달러(약 7800억 원)로 야당이 정치문제로 삼을 정도로 큰 액수다.
성과는 어땠을까. 경찰이 단단히 무장을 하자 시위대는 이에 비례해 더 과격해졌다. 26일 토론토 시내는 불타는 경찰차의 연기와 여기저기 깨진 유리조각으로 무법천지를 떠올리게 했다. 관광객들은 토론토 외곽으로 떠났고 도심으로는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영둔다스 광장과 금융중심지 베이가(街)는 인적이 뜸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G20 특수’를 기대했던 상점들도 일찌감치 문을 닫으면서 오히려 평상시보다 손해를 봤다. 시민들은 토론토가 ‘유령도시’로 변했다고 한탄했다.
토론토가 겪은 시련에서 시사점을 찾아 우리 정부가 안전하면서도 평화로운 G20 서울 정상회의가 될 수 있도록 묘안을 짜냈으면 한다. 그러기엔 남아 있는 4개월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박형준 경제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