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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하고 독단적인 행동”… “무리한 실적주의 비판 공감”

입력 | 2010-06-29 03:00:00

일선 경찰 상하간 반응 갈려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한 28일 서울지역 경찰서장과 일선 경찰관들은 채 서장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적주의를 비판한 대목에는 일부 공감하는 등 엇갈리는 태도를 보였다.

A 경찰서장은 “채 서장이 순수한 의도를 갖고 비판을 한 것인지 강북경찰서가 평가를 나쁘게 받아서 조직에 불만을 가진 것인지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 때문이라면 양천경찰서장이 문제를 제기해야지 강북경찰서장이 조 청장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사표까지 내는 것은 생뚱맞다”고 말했다.

B 경찰서장은 “성과주의와 경쟁은 모든 조직이 도입하고 있는 추세”라며 “정성평가 비중을 높이는 등 운영의 묘를 잘 살려가며 결국은 추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 경찰서장은 “양천경찰서 사건 때문에 경찰의 사기도 떨어졌는데 이런 일까지 생겨 부하 직원들 볼 낯이 없다”며 “한 경찰서의 책임자로서 무책임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실적주의의 부작용에 공감하기도 했다. 특히 단순 검거 위주의 실적 점수에 대해선 불만이 적지 않았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경찰서 강력팀장은 “경찰관의 실적을 검찰기소 여부도 따지지 않고 단순히 ‘검거 후 송치’로만 측정하는 현 실적 체계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력팀 형사는 “사건이 되든 안 되든 ‘뭐든 만들어 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범인을 잡아서 송치부터 해야 한다는 의식이 일선 형사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무리한 수사의 원인이 실적주의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편 채 서장이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을 두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D 경찰서장은 “내부적으로 의견 수렴의 통로가 있었고, 경찰서장끼리도 여러 차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채 서장은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며 “채 서장의 기자회견은 경찰 조직에도 채 서장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간부는 서글픈 심정을 내비쳤다. 채 서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경찰 조직 생활을 25년 했던 사람이 이런 식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보고 내 경찰 인생을 도둑맞은 것처럼 슬펐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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