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DMC봉사단, 서울시 첫 비영리 민간단체 인증“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큰 손’ 정선화씨 홀로 시작회원 164명-식당 10곳 동참홀몸노인 20가구에 음식 전달… 토박 이-입주자 화합에 한몫
상암DMC봉사단장 정선화 씨(왼쪽)가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주민센터에서 지역 노인들에게 대접할 비빔밥을 준비하고 있다. 정 씨는 6년 가까이 봉사활동을 펼쳐오다 상암DMC봉사단이란 이름으로 이달 1일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로 인증받았다. 사진 제공 마포구
○ 홀로 시작해 이제는 164명과 함께
정 씨는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면 상암동주민센터로 ‘출근’한다. 출근 전 사비를 들여 사온 재료를 직원용 식당에 풀어놓는다. 가지나물과 감자조림, 제육볶음, 김치꽁치조림 등 가짓수가 많지는 않더라도 조미료를 쓰지 않는 정성 어린 반찬들을 뚝딱 만들어 낸다.
21일 주민센터에서 만난 정 씨는 함께 봉사하는 주부들과 함께 초록색 앞치마를 입은 채 비빔밥을 만들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했다는 무채와 고사리, 콩나물, 호박나물을 김이 나는 흰 쌀밥 위에 정성스레 올렸다. 이날은 특별히 공공근로와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날이었다. 박사윤 씨(69)는 “꼭 며느리가 만들어준 것 같아 맛있게 잘 먹었다”고 했다.
○ 봉사로 지역 화합까지
상암동을 휘젓고 다니는 정 씨지만 사실 그도 지역 토박이는 아니다. 2004년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상암동은 재건축된 고층 아파트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혼재된 대표적 동네. 그러다 보니 기존 원주민과 아파트 입주자 사이에 어색하고 미묘한 감정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명성 상암동주민센터장은 “소득이나 출신 지역 차가 큰 탓에 생기는 각박한 동네 분위기를 정 씨와 봉사단체가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봉사단체 소속 164명도 마치 작은 ‘상암동’ 같다. 정 씨처럼 아파트에 뒤늦게 입주한 사람들과 평생을 상암동에서 보낸 토박이들이 뒤섞여 ‘봉사’라는 공통 목적을 갖고 일에 매진한다.
상암동 ‘큰손’ 아줌마들은 이달 1일 드디어 ‘큰일’을 벌였다. ‘상암DMC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에 등록한 것. 주민들이 주가 돼 만든 봉사단체가 시에서 인증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영리단체가 되면 공공기관 등에서 공모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후원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측은 “상암DMC봉사단 사례가 앞으로 개인들이 만든 작은 봉사단체들을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