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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퍼듀대 무시험 편입 도전하세요”

입력 | 2010-06-29 03:00:00

‘주문식 교육’ 명성 대구 영진전문대, 국제 프로그램으로 진화
영어인터뷰로 ‘퍼듀반’ 뽑아 국제인재 꿈 무럭무럭




영진전문대 퍼듀반 도널드 모레노 교수와 학생들이 교정의 ‘주문식 교육의 발상지’ 표지석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이권효 기자

“머지않아 미국 퍼듀대 캠퍼스를 누비며 꿈을 키우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정말 설레죠.” 대전에 있는 4년제 대학 공대를 2학년까지 마치고 군 복무를 한 양명진 씨(26)는 복학 대신 올해 3월 대구 영진전문대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브랜드가 굉장히 유명한 데다 미국 퍼듀대에 무시험 편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디지털경영계열에 입학한 양 씨는 이 계열에서 올해 시범 도입한 ‘퍼듀반’에 또 ‘합격’했다. 영어 인터뷰가 기본이어서 학생 간 경쟁도 쉽지 않은 편이다. 첫 퍼듀반 편성은 이 계열 학생 11명과 학교 전체 러시아 유학생 중 12명을 선발해 23명으로 출발했다. 양 씨는 “한 학기를 해보니 실력이 부쩍 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전문대만이 할 수 있는 자존심

‘기업 맞춤형 주문식 교육’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해진 영진전문대가 이를 토대로 새로운 방식의 국제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국 인디애나 주에 있는 퍼듀대 3학년에 무시험 편입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 협약을 위해 2008,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영진전문대를 방문해 실사를 벌였던 퍼듀대 관계자들은 “1869년 설립된 유서 깊은 퍼듀대가 한국의 신생 전문대학과 이런 협약을 맺기는 처음”이라며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내실 있는 학교 운영은 두 학교가 파트너가 되는 데 충분한 조건”이라고 했다.

1977년 영진공업전문학교로 문을 연 이 대학은 1985년 영진전문대로 교명을 바꾼 이후 ‘전문’이라는 명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1994년 전공을 연계한 기업 맞춤형 주문식 교육을 도입해 지금까지 발전시키고 있는 고집스러움도 전문대만이 할 수 있는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장영철 총장은 “‘전문대학’은 자랑스러운 이름”이라며 “기업현장에서 졸업생의 전문성을 인정받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주문식 교육을 국가경쟁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최근 10년 동안 전국 126개 전문대학에 1850억 원을 지원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매년 조사하는 ‘국가고객만족도조사’에서 영진전문대가 8년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차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새롭게 진화한 주문식 교육


퍼듀반은 주문식 교육이 미래형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업 200여 곳과 주문식 교육 협약을 맺고 있는 방식과는 다른 차원이다. 퍼듀반에서 국제경영학을 가르치는 도널드 모레노 교수(54)는 “세계적인 항공사들의 경영 사례 등 현실적인 기업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하므로 퍼듀반 과정 자체가 또 다른 기업 맞춤형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학생들의 꿈도 덩달아 커졌다. 하윤경 양(18)은 “취업에 유리하다고 해서 진학했는데 막상 퍼듀반에 들어와서 공부하다 보니 달라졌다”며 “2년 후 퍼듀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미국공인회계사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진전문대는 내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기계, 전자, 전기계열로 확대할 예정이다.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27개 과목에 81학점을 이수하면 편입 학생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협약에 따른 것이다.

퍼듀반을 지도하는 류완하 교수(45·디지털경영계열)는 “퍼듀반 학생들은 방학이 따로 없을 만큼 공부에 열중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주문식 교육의 새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