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최접경지” 교류확대 통한 경제도약 부푼 꿈이미 대만 상인-상품 북적… ‘샤먼 경제특구’ 市 전체 확대
중국과 대만의 최전방인 샤먼 시의 북쪽 순환로 옆에 ‘일국양제 통일중국(一國兩制統一中國)’이라는 커다란 선전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일국양제는 ‘1국가 2체제’란 뜻으로 중국 공산당이 중국과 대만이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갖고 있지만 실은 하나의 국가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샤먼=구자룡 특파원
샤먼 시 본섬 동쪽 순환로변 해변의 대만 진먼 섬이 바라보이는 곳에 양안 화합을 상징하는 두 손바닥을 맞댄 돌 조각이 세워져 있다.
샤먼은 대만과 지리적으로 중국의 어느 도시보다 가까운 이점을 이용해 ECFA 체결에 따른 양안 교류 확대의 기회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각오다.
쑨춘란(孫春蘭) 푸젠 성 서기는 21일 현재 본섬의 후리(湖里), 쓰밍(思明) 2개구에만 적용되는 ‘샤먼 경제특구’를 시 전체로 확대하는 계획을 국무원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쑨 서기는 “샤먼 시는 양안 간 금융서비스센터 건립 등 양안 경제협력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먼은 1980년 10월 중국의 5대 경제특구 중 하나로 지정됐지만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이나 둥관(東莞), 상하이(上海) 등에 비해 다소 발전이 부진했으나 양안 협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샤먼은 양안이 정치적으로 불편한 시기에도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대만과의 교류에서 첨병 역할을 해왔다. 샹안 구 다덩(大嶝) 섬의 ‘다덩 대만소액상품시장’이 그런 곳 중의 하나다. 1999년 문을 연 이후 2002년부터 대만 진먼 섬과 화물선이 직접 오갔다.
27일 찾은 시장은 0.85km² 면적에 500여 점포가 빼곡히 들어차 무더위에도 적지 않은 양안의 고객들로 붐볐다. 이름은 대만 소액상품 시장이지만 중국과 대만의 온갖 잡화가 함께 팔리는 곳이다. 샤먼 시는 최근 하루 고객이 1만 명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시장 입구에는 앞으로의 확장 계획 조감도가 크게 세워져 있다.
린훙제(林泓杰) ‘샤먼 타이상(臺商)협회’ 상무이사는 “협회 가입 중소기업은 800여 개, 샤먼 거주 대만인은 약 5만 명으로 대만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샤먼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만상인은 ECFA 체결 이후 샤먼에서 더욱 큰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린 이사는 “샤먼은 중국 도시 중 장쑤(江蘇) 성 쿤산(昆山) 다음으로 대만 기업의 밀집도와 경제 비중이 큰 곳”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최대 변호사사무소인 다청(大成)의 샤먼사무소 김범준 상임고문(전 샤먼대 교수)은 “샤먼 시 정부는 중국 어느 도시 못지않게 행정처리가 투명해 외국 기업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아직은 하나이면서 둘인 양안’
샤먼 본섬 동쪽 순환로에는 중국과 대만이 얼마나 가까우면서도 미묘한 긴장관계에 있는 지를 보여주는 곳이 있다. 순환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곳에서 진먼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사장 앞 바다에 떠 있는 섬에 중국인이 왜 ‘특별 허가증’이 없으면 못 가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백사장 뒤편에는 두 손바닥을 동그랗게 마주 붙인 커다란 돌 조각상이 있다. 10여 년 전 중국과 대만 간의 화해와 우애를 강조하기 위해 세워놓은 것이라고 주민 쉐(雪)모 씨는 말했다. 하지만 조금 더 뒤편에는 ‘일국양제 통일중국(一國兩制 統一中國)’ 이라는 대형 글씨가 순환로 길가에 세워져 있다. 멀리 진먼 섬의 대만인들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진먼 섬으로 가는 배를 타는 샤먼의 2개 부두 중 한 곳인 본섬 북쪽의 우퉁(五通) 부두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직접 나섰다. 후 주석은 대형 입간판에서 “조국의 평화통일에 유리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 “NAFTA-EU 같은 韓-中-대만 FTA 서둘러야” ▼
“앞으로 중국과 대만 한국 간에도 장기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정식 서명 이틀 전인 27일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푸젠 성 샤먼대 법학원 한슈리(韓秀麗·사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북미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고, 유럽연합(EU)은 같은 화폐를 쓰는 유로존 경제공동체를 구축한 데 반해 동아시아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 지역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협력해야 되는지 서구 국가들이 보여주었는데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양안이 ECFA를 맺는 것은 특별한 돌파구를 만들어 냈다기보다 매우 정상적인 과정이 뒤늦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대만 야당 민진당 등이 ECFA를 정치화해 반대하고 있으나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경제협력으로 가는 필연적인 과정은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늦어진 만큼 손해라는 것은 뒤에 알게 될 것이라는 것.
중국이 이번 협정 체결 과정에서 대만에 사실상 많은 양보를 한 것은 중국이야말로 대만과의 ECFA 체결을 경제적인 이해보다 ‘대만 끌어안기’라는 정치적인 고려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국가 간 FTA 체결 행위 자체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는 ECFA도 마찬가지지만 중국도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기 때문에 체결하는 것”이라며 “이미 체결된 10여 국과의 FTA와 경제적인 측면의 실질적인 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관세 인하 품목을 선정하는 데서 너무 세세히 따지지 않는 점은 분명하다”며 “양안 간에는 통상적인 무역협상 이외에 형제애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북한과 마주할 때 바탕에 동족의식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 샤먼은 中 최고 휴양도시… 한국교민 500명 거주 ▼
샤먼 시는 인구 약 240만 명으로 중국에서는 크지 않은 도시. 시 주위를 둘러싼 취안저우(泉州), 장저우(장州) 시와 함께 과거 민난(민南)으로 불리던 곳이며 방언은 대만과 같은 민난어. 샤먼은 청나라 때부터는 화교가 동남아로 뻗어나가는 전진 기지와 같은 곳이었다. ‘지하는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 지상은 취안저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난 지역에는 한때 번영을 구가했던 흔적들이 많다고 한다.
샤먼은 인구 약 100만 명의 ‘본섬’과 대륙에 붙은 ‘섬 밖’으로 구분된다. 본섬 안에서는 자동차 경적이 금지될 정도로 조용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자전거 사용이 금지돼 중국의 도시 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중국인은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와 함께 샤먼을 최고의 휴양도시로 꼽는다. 1921년 문을 연 샤먼대는 본섬 순환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끼고 있어 중국 내에서 가장 캠퍼스가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교민은 약 500명으로 봉재, 가공무역, 석재무역, 식당 운영 등 자영업에 종사한다고 샤먼한국상회 김태형 사무국장은 소개했다. 목포 평택 광양시와 자매결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