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시간을 허비할 때도 많았다.
자연스레 공부는 뒷전.
하지만 고1 겨울방학 때 한 기숙학원의 재학생 캠프에 참가한 정 군은 바로 게임을 끊었다.
캠프에서 돌아온 뒤에는 휴대전화도 어머니에게 자진 반납했다.
정 군은 자신의 공부 방법을 분석하며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다.
성적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언어 수리 탐구 각 2등급, 외국어 4등급을 받고 자신감을 회복했다.》
체질 확 달라지는 기숙학원 여름방학 캠프
대부분의 기숙학원은 입소하는 날 수준별 반 편성을 위한 시험을 치른다. 학생의 성적, 계열, 목표 대학 등에 따라 반을 나눈다. 고3 과정은 개념 정리와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수능 실전 감각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고1, 2는 그동안 배운 언어 수리 외국어 기초를 다지고 2학기 선행·심화학습을 진행한다. 중학교 과정은 2학기 내신을 미리 준비하는 학생이 많이 찾는다. 중3 과정은 특목고를 준비하거나 고교 과정을 미리 준비하는 학생에게 인기가 있다.
강원도의 한 고교 1학년 박훈 군(16)은 중학교 때 전 과목 평균 90점대 초반 에서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박 군은 주위의 권유로 중3 겨울방학 때 처음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학습계획표를 쓰기 시작하면서 공부 습관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해졌죠.”(박 군)
박 군은 “공부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자 시간과의 싸움”이라면서 “효율적인 시간관리법을 익히면서 낭비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군은 퇴소한 후에도 기숙학원의 공부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고1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평균 95점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박 군은 “목표의식이 분명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수업 분위기가 진지했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숙학원의 최대 장점은 ‘24시간 관리’에 있다. 학습을 돌봐주는 학과 담임과 생활습관을 잡아주는 생활지도 강사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 강사들은 학생과 주기적으로 일대일 상담을 하면서 학습계획을 짜주고 학습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준다.
정 군은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밤늦게라도 선생님에게 달려가 물을 수 있었던 건 기숙학원에서 누린 가장 큰 혜택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기숙학원을 선택하느냐는 방학생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기숙학원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먼저 기숙학원의 위치가 선택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기숙학원은 대부분 서울에서 벗어나 있어 모든 곳을 다녀보긴 어렵다. 따라서 집에서 비교적 가깝거나 마음에 드는 지역을 몇 군데 선택해 직접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기숙학원이 내놓은 특성화프로그램도 잘 살펴야 한다. 학생 생활관리에 비중을 두는 학원이 있는가 하면, 소그룹 중심의 학습관리가 강점인 학원이 있다. 각종 검사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학습처방을 해주거나 어떤 학과와 대학이 적합한지 ‘진로 로드맵’을 제시해주는 학원도 있다.
대학입시에서 수리영역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수학에 강세를 보이는 학원도 있다. 또한 달라지는 2012학년도 수능에 대비해 ‘미적분과 통계’ 과목 등을 커리큘럼에 포함한 곳도 생겨났다. 2012학년도부터 수리 ‘나’형은 수학I 외에 ‘미적분과 통계 기본’ 과목이 추가되고 수리 ‘가’형은 △수학I △수학Ⅱ △선택과목 1개(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 선택)이 △수학I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4과목으로 재편성된다. 숙소 유형 또한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의 기숙학원은 대개 남녀가 엄격히 구분된 기숙사에서 2∼4명이 함께 생활한다. 학생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먹을거리는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고 결국 학습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숙학원 대부분이 휴대전화,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MP3플레이어, 오락기 등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컴퓨터 사용도 제한적이고 외출, 외박도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이성교제도 허락되지 않는다. 기숙학원의 관리 방식이 학생의 성격에 따라 때론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