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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축제의 재발견… 또 돌아온 연례행사? 포트폴리오 절호의 찬스!

입력 | 2010-06-29 03:00:00

행사 기획 준비 등 리더십 - 열정 - 역량 보여줄 호기
입학사정관 전형때 확실한 ‘+α’ 도움




축제를 즐겨라. 연극, 전시, 가요제…무엇이든 좋다. 대학 입학사정관은 그 안에서 당신의 열정, 역량, 리더십을 발견한다.

《19일 오후 2시 경기 가평군 청심국제고등학교 본관 1층 로비. 학교 축제인 ‘청심제’를 맞아 DMZ(비무장지대) 동아리가 준비한 ‘DMZ 환경 생태 사진전’에 학생과 학부모가 모였다. 동아리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비무장지대를 탐사하면서 찍은 사진과 탐사활동사진이 전시됐다. 차가운 철조망 사이로 무리지어 나는 새들의 사진 앞에서 어린 학생들의 발길이 멈췄다. 처음 청심국제고를 찾았다는 한 중학생은 “비무장지대에 꼭 가보고 싶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니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축제가 한창인 운동장 곳곳에선 ‘돌발퀴즈’가 진행됐다. 이 동아리 부원들이 DMZ에 관한 기본 정보가 쓰인 포스터를 들고 사람들을 찾아가 “DMZ는 ○○○ 지대입니다. 빈칸에 알맞은 단어는 무엇일까요?” 같은 퀴즈를 내고 사탕선물을 줬다.

동아리는 3년 전 만들어졌지만 축제 때 사진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리 회장인 2학년 최지운 양(17)은 “활동을 하면서 느낀 환경의 소중함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축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최 양은 축제 한 달 전 장소를 물색해 학교 측에 전시계획을 알렸고 비무장지대 탐사를 돕는 DMZ생태연구소에 비무장지대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사진을 요청했다. 전시엔 많은 관람객이 몰렸고 비무장지대를 탐사하고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한 첫 고교 동아리가 됐다.

고등학교 축제는 매년 이뤄지는 학교 행사다. 학교마다 일정은 다르지만 2학기 축제를 앞두었다면 여름방학은 축제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많은 학생이 축제를 위해 책임을 맡게 돼도 최선을 다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축제를 일부 학생만 즐기는 ‘그들만의 축제’라고 생각하거나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는 날, 성적과 상관없는 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제는 단체, 개인, 과학실험, 힙합댄스를 막론하고 그간 해온 활동을 선보이도록 학교가 공식적으로 자리를 펼쳐준 기회다. 이는 입학사정관전형에서 매력적인 경험으로 어필할 수 있다.

임진택 전국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축제는 학교가 인정한 무대에서 열정, 역량, 리더십을 보일 기회”라면서 “준비 과정, 자신의 역할, 결과까지 모든 과정이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축제,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보낼 수 있을까. 축제를 특별하게 보내고 남다른 포트폴리오로 만드는 법을 고민해보자.



○ 리더십 어필의 기회

축제는 리더십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다. 동아리 부장, 학급반장, 전교회장이든 상관없다. 단, 창조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핵심. 최 양의 동아리는 해마다 사진전을 해왔다. 하지만 축제 때 전시할 생각은 못했다. 최 양은 축제 때 사진전을 하면 효과적으로 동아리의 활동을 알릴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추진했다. 최 양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각대로 밀어붙였던’ DMZ 사진전은 청심국제고의 축제를 찾은 많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축제 때 발휘했던 리더십은 대입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어필할 수 있다. 올해 성균관대 공학계열에 리더십전형으로 합격한 정영윤 씨(19). 서울 상계고 전교 회장이었던 그는 참여율이 낮았던 축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차별화된 축제를 기획했던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담았다.

정 씨는 “고등학교 시절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누가 물으면 공부에 대한 기억 외에 열정을 쏟았던 다른 무엇을 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인기 있는 순서 중 하나인 가요제의 변신을 시도했다.

이전까지는 교내에서 원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요제에 참가할 수 있었다. 정 씨의 생각은 달랐다. 성의 있는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울지역 전교회장단을 통해 다른 학교의 유명한 밴드부, 힙합댄스부 등을 조사해 일일이 연락했다. 교내외 지원자 모두 공정하게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더했다. 축제 당일 수백명의 관객이 한 팀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직접 점수를 매긴 카드를 들어보이도록 한 것. TV 프로그램에서 인기 있는 ‘쇼 서바이벌’ 방식을 도입한 것은 큰 호응을 끌어냈다. 정 씨는 “즐거운 축제를 위해 발로 뛰니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팀워크가 매우 좋아졌고 불가능해보였던 일들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 문제해결력 어필의 기회

축제를 특정 분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고 드러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기과 새내기인 장햇살 씨(19·여). 평소 연기에 관심이 있었던 장 씨는 고2 축제 때 창작극 ‘황소와 오토바이’에 조연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장 씨는 “연극은 해봤지만 축제 전까지 관객을 경험했던 적은 없었다”면서 “친구, 선생님들 앞에서 연기하면서 정말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고 했다.

무대 위는 연습실과 달랐다. 조명 아래서 관객들의 눈빛을 하나하나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감동적인 연기였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내신 성적 상위권에 모의고사도 1, 2등급이었던 장 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준비했고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장 씨는 “대학 입시에 대한 압박이 강했지만 축제를 통해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던 나와 친구들의 다른 모습과 끼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축제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때 입학사정관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문제해결력’이다. 평가자들은 결과만큼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주목한다.

정 씨는 축제를 기획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우왕좌왕했다.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서울지역 전교학생회장 모임에 가입해 다른 학교의 장점을 벤치마킹했다. 정 씨는 이런 경험을 성균관대 리더십전형의 자기소개서에 ‘기획, 준비, 집행 등 1인 다(多)역을 하면서 각 단계에서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일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썼다.

입학사정관은 정 씨에게 ‘축제를 준비하면서 갈등이나 힘든 일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정 씨는 “동아리마다 축제 때 더 돋보이고 싶기 때문에 자리배치나 프로그램 시간 분배에 갈등이 있었다. 저마다 자신의 공연이 최고이기 때문에 우선권을 달라고 주장해서 심사기준을 만들어 오디션을 봤다. 겨뤄보고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라는 의미였다. 여름방학 내내 일주일에 두 번씩 동아리 부장들과 전체 모임을 갖고 대화하면서 의견대립을 줄여갔다. 선생님, 친구들 사이에서 성공적인 축제라는 평가를 들었다”고 답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일년에 딱 한번 오는 기회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라

■ ‘나만의 축제’ 만드는 세가지 노하우



[1] 자기 PR시대, 축제를 통해 너를 알려라!


평소 재미없고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으로 통했는가. 축제를 통해 의외의 모습을 선보일 수 있다.

서울의 한 남자고교에서 전교 최상위권이었던 A 군은 축제 체육대회 때 농구팀을 결성해 출전했다. 다른 고교에서 원정 온 여고생들은 그의 플레이를 보고 환호했고 같은 학교 학생들 사이에선 “공부밖에 모르는 애인 줄 알았는데 운동도 장난이 아니네?”라는 소문이 쫙 돌았다. A 군은 축제를 계기로 ‘호감형 모범생’으로 변신했다.

어떤 종목, 분야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취미와 관심사를 선보여 다른 자신의 모습을 알릴 기회로 축제를 활용하자.

[2] ‘축제 지원금’을 아십니까?

한 고교 과학 동아리 부원들은 9월 열릴 축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평소 재료비 때문에 엄두를 못 냈지만 꼭 해보고 싶었던 화학실험을 축제 지원금을 받아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축제 때 공연과 전시를 위해 쓸 수 있는 동아리 지원금을 지급한다. 평소 경제적인 이유로 망설였던 실험, 공연, 활동이 있다면 축제를 노려라.

[3] 공부 스트레스, 축제 때 풀어라!

공부 때문에 쌓였던 스트레스는 축제 때 건강하게 풀자. 꼭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고 힙합댄스를 선보이지 않아도 좋다. 함께 즐긴다는 마음으로 뛰고 소리 지르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