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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로 유라시아 횡단-③] 러시아 동부지방에서 마주친 라이더들

입력 | 2010-06-29 14:32:50




■ 여정 : 러시아 우시리스크(6월10일)~하바로스크(11일)~비로비드잔(11일)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스크의 차이란 더러움과 깨끗함의 차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약간 퇴폐적이고 지저분한 인상을 풍겼지만, 하바로스크는 일단 사람들 차림새도 깔끔하고 도시전체가 말끔하면서도 고풍스러웠다.

이날 우리 가이드를 해준 러시아 대학생 제냐 역시 "러시아 도시 중 하바로스크가 가장 깨끗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를 몰랐던 우리는 하바로스크에선 숙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제냐의 도움으로 호텔에 바이크를 하루 4000원 정도의 싼 가격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 물품 쇼핑과 관광을 다녔다.

 하바로스크 인근 아모르 강변에서 일광욕 중인 러시아인들



▶ 하바로스크는 최적의 러시아 가족여행지

잃어버린 버너 연료통을 사기위해 방문한 캠핑샵은 마치 서울 강남의 매장 같았다. 깔끔하게 진열된 진열대에서 필요한 물건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중앙시장과 몇몇 전쟁 기념공원과 같은 의례적인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러시아의 도시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여정을 위해 출발했다.

[Tip] 러시아 사람과 돈 : 러시아 사람들은 돈을 천하게 여기는 듯 하다. 모든 상점과 주유소에는 돈 접시나 돈 통이 있다. 원하는 물건을 사면 가격을 물어 보고 그 접시나 통에 돈을 올려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손에서 손으로 직접 전달하면 그들은 더러운 물건 집듯 손가락 끝으로 돈을 받으며 불쾌해한다. 러시아인과의 접촉시 주의해야할 예절 중 한 가지.

하바로스크를 떠나 유대인 자치공화국의 수도 비로비드잔 호텔에 도착. 밤 10시가 됐지만 날이 훤했다. 러시아어라는 장벽 탓에 가까스로 체크인을 끝마치고, 그 사이 주차장에 이 지역 라이더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투 로드팀의 진행 방향



▶ 러시아 동부지방 라이딩과 라이더들

아스팔트의 먼지와 매연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라이더들은 일견 거칠어 보인다. 게다가 낯선 러시아 라이더라면 어떨까? 이들은 우리를 향해 잠깐만 기다리라고 소리쳤다. 순간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침 7시부터 라이딩을 시작한 우리는 너무 지쳐 호텔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이들은 막무가내였다. 잠시 후 기예나와 루바가 도착했다. 기예나는 이 지역 모터사이클 클럽 멤버였고, 이미 한국에 세 차례나 여행을 다녀온 사업가였다. 그리고 루바는 이곳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아마도 기예나가 급히 루바에게 통역을 요청하여 동행한 듯 보였다.

루바의 도움으로 호텔 체크인 때 이해를 못한 것들을 깔끔이 해결할 수 있었다. 이어 기예나의 개인 주차장에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주차 한 후 11시 반에 늦은 식사를 하게 됐다. 다음날이 러시아의 공휴일이어서인지 모든 식당이 만원이었다. 이곳 식당은 영업을 계속하다 11시경에 해가 떨어지면 나이트클럽으로 변한단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러시아 요리를 먹으며 소리 지르며 기예나, 루바와 양국의 라이더 문화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통하는 데가 있다. 다음날 만나기로 하고 숙소에 들어와 그대로 쓰려져 잠을 청했다.

 비로비드잔 가는 길-러시아 라이더 기예프와 만남



늦은 아침 기상한 우리는 간단히 요기를 하고 기예나와 루바를 만나 모터사이클을 찾았다. 기예나의 주차장에서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2년 전 한국의 할리클럽이 이 지역을 지날 때 그들과 찍은 사진이었다.

이들은 언제나 이곳을 지나는 여러 모터사이클 여행자들을 도와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우리도 기예나의 주차장에서 기예나와 루바와 같이 사진을 찍고 우리 팀 티셔츠를 선물하고 다시 길에 올랐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단지 '바이크'라는 공통점만으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 첫 번째 오프로드, 첫 번째 사고

기예나는 우리에게 비로비드잔에서 치타까지는 오프로드(Off-Road, 비포장도로) 구간이 약 600km가 된다고 하면서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루바는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연락처까지 건네며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이들의 따뜻한 관심이 고마웠다.

 하바로스크 중앙광장에서 관광을 즐기며



비로비드잔을 출발하여 100Km정도가 지났을까, 본격적인 오프로드가 시작됐다. 약 30km정도의 오프로드 구간은 도로포장이 진행 중인 공사구간이었다. 어떤 구간은 주먹만한 돌덩어리들이, 어떤 구간은 포장도로마냥 잘 다져진 길이 교차했다.

첫 번째 오프로드 구간은 모두 별 탈 없이 통과했다. 하지만 무사하다고 생각한 순간 앞뒤 바퀴가 쭉쭉 미끄러지면서 모두를 긴장시켰다.

시속은 불과 60~80km에 불과했지만 잠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오프로드 구간에서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로드를 섰던 모터사이클이 주먹만한 돌무덤을 통과하다 넘어져 좌측 알루미늄 케이스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잠시 후 다른 모터사이클이 넘어지며 똑같이 좌측 알루미늄 케이스가 떨어져 나가고 앞바퀴 ABS 센서의 손상으로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다른 모터사이클도 넘어지기는 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우리는 일단 떨어진 알루미늄 케이스를 타이어 위에 싣고 조심스레 오프로드 구간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다행이다.

작성자 = 이민구 / 유라시아횡단 바이크팀 '투로드' 팀장
정리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