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밥 때가 되면 한 번쯤 이런 갈등을 겪었을 겁니다.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프라이드 치킨? 아니면 양념 치킨?" 쯤 되겠죠.
치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소위 '지식인'이라 불리는 인터넷 포털 지식 공유 사이트에도 이어집니다. 네이버 내 치킨 관련 질문은 8만 건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치킨에 대한 전문 지식을 요하는 질문이라기보다 "프라이드를 먹을 까요? 양념을 먹을 까요?" "A치킨 맛있나요?" 같은 지극히 개인 취향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궁금한 게 생기면 일단 인터넷에 올리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듯 질문을 작성한 뒤 휴대전화로 보내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등록되는 '실시간 지식인' 코너를 4월부터 시작했는데 "지금 소개팅 나왔는데 1차 밥 먹고 2차는 뭐하죠?" "지금 소화가 안 되는데 사과 먹어도 되나요?"등 막 올리는 질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트위터 같은 140자 단문 블로그를 통해 궁금한 것을 올리다보니 질문 자체가 짧고 간결해지는 경향도 생깁니다. 네이버만 해도 이런 류의 글이 모바일을 통해 하루 4000건 이상 게시된다고 하네요.
"그런 것 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냐"며 못마땅해 하는 어른들도 있을 겁니다. 자신의 취향까지 남들에게 물어보고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 철없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만큼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 오늘 치킨 먹을까요?" 식의 질문을 던지는 누리꾼도 진지하게 답변을 요구하진 않습니다. 이런 글을 자주 올리는 제 지인은 "가끔 누리꾼들은 내가 모르는 치킨 브랜드나 새로운 메뉴를 알려준다"며 "치킨을 선택하는 데도 '집단지성'이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유명 경영 칼럼니스트 제임스 서로위키는 저서 '대중의 지혜'를 통해 "답은 천재가 아닌 대중이 쥐고 있지만, 집단이 항상 옳은 답을 주지는 않고 평균적으로 개인보다 더 나은 해답을 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네이버가 의사, 변호사, 노무사 등 20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지식인 답변을 달게 하는 것도 집단 지성을 전문가 지성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죠.
그런 의미에서 저도 치킨 전문가님들에게 묻겠습니다. 오늘 저녁으로 치킨, 괜찮을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