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子張’의 제20장은 子貢(자공)의 말을 실었다. 자공은 은나라 마지막 왕이었던 紂王(주왕)이 惡逆無道(악역무도)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흔히 비판하듯 그렇게 심하게 악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을 꺼낸 후, 위와 같이 말했다. 紂는 평소 惡行(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지대가 낮은 곳으로 오물이 모여들듯이 온갖 악이 모두 紂에게 모여들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군자는 강물로 보면 하류에 해당하는 그런 더럽고 천한 처지에 몸을 두는 것을 嫌惡(혐오)한다는 것이다.
君子惡居下流의 惡는 혐오할 오, 天下之惡의 惡은 죄악의 악이다. 下流는 지대가 낮아 여러 물길이 모이는 곳을 말한다. 여기서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汚賤(오천)한 것을 비유한다. 皆歸焉은 모두가 그리로 돌아간다는 말로 焉은 지시의 기능도 지니고 있는 종결사다. 한번 악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나면, 천하의 모든 악한 일들을 죄다 그가 저지른 듯이 간주한다는 말이다.
정약용은 이렇게 풀이했다. 전해 들은 것은 모두 꼭 사실일 수가 없거늘 어느 한 사람이 악명을 얻게 되면 어리석은 세속 사람은 대개 예전에 귀담아들었던 다른 사람의 악행도 모조리 들추어 그 사람에게 들씌우고 또 덧붙여 허위를 조작하여 거짓말을 전파하고 그 말이 오래되면 실제의 사실로 탈바꿈하게 된다.
주체적인 인간이라면 지위가 낮음을 염려할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악행이라도 저질러 악명을 얻지 않을까 염려해야 한다. 일단 악명을 얻게 되면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악까지도 모두 들쓰게 된다. 인간 세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汚賤한 처지에 놓여 세간의 갖은 욕을 듣지 않도록 누구나 유념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