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하이스코 울산공장 11개로 分社 5년 성적표값싼 중국산 밀려와 위기감직원들이 설립한 회사에 생산설비 모두 팔고 납품 받아노동강도 세졌지만 생산성↑수입늘어 근무 불만족 없어
회사의 뜻을 따른 118명은 퇴직하면서 받은 위로금과 퇴직금을 털어 생산라인을 인수하고, 라인별로 현대파이프, 현대대경, 현대인스코, 현대T&S 등 11개 협력사를 만들었다. 생산설비를 직원들에게 모두 매각한 현대하이스코는 이들로부터 납품을 받았다. 5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른 현재 현대하이스코와 11개 협력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현대하이스코가 ‘울산공장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분사를 실시한 후 5년의 성적표는 양호한 편이다. ‘합리화’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던 비용절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인건비 등이 줄어 연간 50억 원, 지난해 말까지 약 250억 원을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하이스코가 2005년 직원들이 세운 11개 회사와 계약할 때 납품 단가는 2004년 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분사 이후 생산량도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긴 했지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사 직전인 2004년 80만148t이던 생산량이 2008년에는 99만2240t까지 증가했다.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85만6330t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94만2000t으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분사 전인 2004년 12월까지 울산공장 품질보증팀 검사반 ‘직장’(현장관리 책임자)이었던 김남식 씨는 현재 직원이 29명인 현대인스코주식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분사 당시 받은 퇴직금 중 625만 원을 출자해 동료 7명과 함께 이 회사의 주주가 됐다. 김 대표는 2004년 말 8명으로 구성된 ‘주주총회’에서 대표로 선임됐고 매년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신임을 받아 6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올해 60세여서 현대하이스코에 남아 있었더라면 58세 정년퇴직 규정에 따라 은퇴를 했겠지만 ‘주주’가 된 덕분에 생산 현장에 남아 있다. 이 회사는 생산 능력이 있고 주주들이 동의하면 58세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울산공장에는 김 대표처럼 정년을 넘겼지만 계속 일하는 직원이 21명이나 된다.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검사하고 현대하이스코로부터 받는 용역비가 매출로 잡힌다. 이 돈으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이익이 나면 주주의 자격으로 배당금을 나눠 갖는다. 김 대표를 비롯해 이 회사 주주들은 분사 첫해인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금을 매년 가져갔다. 배당금 액수는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수백만 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현대하이스코가 용역비를 계산할 때 임금을 2004년 수준으로 묶어 놓고 있지만 다른 공장으로 옮긴 동료들보다 수입이 좋은 이유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2005년 함께 분사한 다른 협력회사들도 모두 5년 연속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에서 협력회사가 이익이 날 수 있도록 납품 단가를 보장한 측면도 있지만 분사한 회사에서 생산성을 높인 것도 작용했다고 한다. 협력 회사들 중에는 분사 이후 3교대로 8시간씩 일하던 라인을 2교대로 10시간씩 일하는 방식으로 바꾼 곳이 많다.
울산=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