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경제에서 신흥(이머징) 국가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선진국의 수요 부진은 이들이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져 있음을 의미하며 이들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렇게 풀린 자금은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높고 재정 건전성이 높은 신흥 국가로 유입돼 해당국의 경제와 자산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선진국 역시 이를 반기고 있다. 자국 내 수요만으론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어려운 선진국은 강력하게 외부 수요를 원하고 있다. 일련의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가 제시하는 글로벌 성장의 해법, 즉 경상 및 재정수지가 취약한 국가에서는 구조조정을, 경상 및 재정수지가 탄탄한 국가에서는 수요 확대를 요구하는 해법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해법은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물론 정부는 이 과정에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몇 가지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첫째, 외화유동성 유입의 통제다. 개방된 시장에서 외화 유입 통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투기적 자금의 유입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경제 안정성을 높일 것이다. 둘째, 경상수지 흑자 유지를 위한 노력이다. 남유럽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안정적 경상수지는 해당국의 재정적 부담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물가안정 및 자원배분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출구전략의 실행이다. 글로벌 공조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역행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장치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를 결정짓는 큰 흐름은 당분간 유동성 붐이라고 판단된다. 선진국 경제가 부진할수록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빠른 경기 회복 이후 경제도, 자산가격도 조정 과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당분간 한국의 경제나 자산가격은 탄탄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