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KAIST 총장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되고 있다. 이달 14일 임기가 끝나는 서 총장의 연임을 놓고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KAIST 총장후보선임위원회는 지난달 7일과 14일 두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서 총장을 포함해 총장 후보들이 위원 3분의 2 이상(5명 중 4명)의 지지를 얻지 못해 후보추천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2일 총장 선임을 위한 KAIST 이사회를 앞두고 일부 이사들이 교과부가 서 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자신들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KAIST 정관 개정이 필요해 이사들을 만났을 뿐 특정 후보를 반대하거나 지지하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니다"며 개입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서 총장은 2006년 취임 이후 테뉴어(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해 대상 교수 24%를 탈락시켰다. 또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에게는 KAIST 역사상 처음으로 등록금도 받았다. 교내 안팎에서 엇갈리는 평가를 받기 좋은 정책이었다.
앞으로의 기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더욱 엇갈린다. 서 총장 지지자들은 "연임에 실패하면 KAIST는 물론 한국 대학 개혁도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KAIST에 거액을 기부한 국내외 기부자 9명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 "서 총장이 열정과 이노베이션 정신을 바탕으로 개혁을 이끌어 냈는데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우는 일부 인사들의 견제와 오해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썼다.
반면 반대자들은 "서 총장이 개혁 과정에서 학교를 일방적으로 운영해 내부 구성원들과 많은 갈등을 빚었다. KAIST는 개혁 동력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한 KAIST 교수는 "서 총장이 못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서 총장만이 KAIST를 개혁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포스트 서남표 시대'에 대한 교내 요구도 크다"고 전했다. 내부 갈등이 깊어지면서 서 총장이 연임에 성공해도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KAIST 관계자는 "서 총장이 2006년 선출됐을 때도 정부 의지가 중요한 변수였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교내 찬반이 팽팽한데다 (서 총장이) 정부 지침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평도 있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부 갈등은 정관 개정 문제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KAIST 총장은 4단계를 거쳐 뽑는다. 먼저 교수협의회와 총장후보발굴위원회가 후보들을 총장후보선임위원회에 추천한다. 후보선임위원회는 후보를 3명 이내로 압축해 이사회에 올린다. 이사회는 이 중 한 사람을 총장을 뽑는다. 마지막은 교과부 장관 승인 절차다.
이번에는 내부 갈등으로 후보선임위에서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후보선임위원회 규정에는 이 경우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임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 내용이 정관에는 없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법률 자문 결과를 토대로 이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총장 선출 과정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 총장 지지파로 알려진 정문술 KAIST 이사장은 "우리 법률 자문 결과는 이 내용이 정관에 있든 하위 규칙에 있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이 규정은 1994년에 만들어 당시 과학기술부 승인까지 거친 것이다. 왜 16년 만에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맞섰다. 정 이사장은 "정관을 개정하면 장관 인가에 시간이 걸려 총장 선임을 늦출 수밖에 없다. 교과부에서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황규인 기자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