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그제 북한의 천안함 도발을 규탄하는 대북(對北)결의안을 채택했으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시점으로 따지면 95일, 국제 민군(民軍)합동조사단이 북의 소행으로 결론내린 시점으로 따지면 40일 만에 겨우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나마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야당이 반대하거나 불참한 반쪽짜리 결의였다. 재적의원 291명 중 237명만 표결에 참가한 데다 반대가 70명, 기권이 4명이었다.
미국 상원은 5월 13일, 하원은 5월 25일 각각 천안함 사태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다. 상원은 만장일치였고 하원은 찬성 411, 반대 3이었다.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 의회도 6월 17일 압도적 찬성으로 대북결의안을 채택했다. 평화를 깨뜨리고 무고한 생명을 빼앗는 만행에 대한 응징에는 정파와 이념이 따로 있을 수 없음을 미국과 유럽 의회는 보여줬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우리 국회는 이제야 겨우 반쪽짜리 결의안을 내놓았다. 국제사회 보기에 참으로 부끄럽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주도의 결의안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천안함 도발을 ‘의혹’으로 몰고 가는 별도의 결의안까지 발의했다.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의혹에 관한 진상규명 및 한반도 평화수호 촉구 결의안’이라는 제목부터가 아리송하다. 결의안에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정신을 토대로 남북 당북자 간의 대화 체제를 조속히 복원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비록 부결되긴 했지만 도대체 누구를 겨냥한 결의안인지 모를 지경이다.
민주당의 외눈박이 인식과 국가안보 문제를 놓고도 정파성을 앞세우는 편협함이 안타깝다. 천안함 46용사와 그 유가족들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