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카메라 플라스틱 렌즈의 색상 왜곡 효과를 잘 활용하면 실제보다 파란 느낌이 강한 하늘색을 얻을 수 있다(앞·사진 제공 권수민 씨).같은 필름을 여러 번 촬영하면 이미지가 겹쳐 환상적인 느낌이 난다(가운데·사진 제공 이영지 씨).동적인 피사체를 렌즈가 여럿 달린 샘플러 기종으로 찍으면 영화 필름과 비슷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뒤·사진 제공 안지숙 씨).
요즘도 장난감 카메라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있다. 물론 ‘장난감(Toy)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미리 촬영된 화면을 돌아가며 보여주는 그 옛날의 장난감 카메라와는 많이 다르다. 요즘의 토이카메라는 저렴한 플라스틱 렌즈를 장착한 초소형 필름카메라를 말한다.》
○ 진짜 아날로그의 매력에 빠지다
평범한 사진 동호인을 단숨에 수집가로 변신시킨 이 ‘애들 장난감 같은’ 카메라의 매력은 무엇일까. 안 씨는 “값싼 플라스틱 렌즈를 통해 얻어지는 낡고 바랜 듯한 사진의 색감을 디지털카메라나 고가의 필름카메라의 멀끔한 색감보다 좋아해서”라고 말했다. 방금 인화해도 마치 10년 전 촬영한 것 같은 아날로그적인 이미지때문에 토이카메라를 손에서 뗄 수 없다는 것. 안 씨가 요즘 사랑에 빠진 피사체는 노을이 지는 하늘. 쨍하니 맑은 날의 파란 하늘은 그 다음이다. 색상을 왜곡시켜 실제보다 강렬한 색감을 선사하는 ‘싸구려’ 플라스틱 렌즈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최적의 피사체이기 때문이다.
○ ‘토카’, 그 가벼움의 미학
인천 서구 석남동에 사는 이영지 씨(28·여)는 디지털카메라 동호인이었다가 필름카메라와 토이카메라 세계에 빠진 사례. 이 씨는 “DSLR 같은 고사양 카메라의 매력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더 좋은 보디, 더 좋은 렌즈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몇몇 사진 동호인들의 태도가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고만고만한 성능의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의 결과물보다 과정에서 더 큰 재미를 찾는 토이카메라의 가벼움이 좋다고 했다.
토이카메라 동호인들 중에는 여성들이 많은 편이다. 촬영 자체를 즐기지 않더라도 탄성이 나올 만큼 앙증맞고 깜찍한 토이카메라의 감각적인 디자인 덕분에 패션소품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필름여행 유성희 과장은 “동호인 중에서도 남성들은 고가의 토이카메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일본제품이 주류를 이뤘던 토이카메라 시장은 최근 값싼 중국산이 많이 소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5만∼6만 원대 제품이 가장 많고, 중국산은 2만∼4만 원 선이면 살 수 있다. 10만∼20만 원대 중에는 촬영기술만 제대로 익히면 고가의 필름카메라 못지않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제품들도 적지 않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