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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뮤직]“쉬는 느낌까지 색다른 ‘W’만의 음악을 느껴보세요”

입력 | 2010-07-02 03:00:00

■ W호텔 ‘글로벌 뮤직 디렉터’ 미켈란젤로 라쿠아 씨




미켈란젤로 라쿠아 W호텔 글로벌 뮤직디렉터가 최근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 서울에서 자신이 믹싱한 W호텔 음악을 들려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기간 중 동대문시장에 들러 사진 속에서 매고 있는 넥타이를 샀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한국은 정말 스타일리시해요!” 사진 제공 W호텔 서울

《‘W호텔스러움.’ 이 말은 스타일에 촉수가 민감한 사람들에게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느낌’과 동의어로 통한다. 맞다. 느낌! 사랑도, 혁명도 가능케 하는 건 느낌이다. 세계적 호텔 체인인 미국 스타우드 호텔&리조트 그룹은 1998년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각국에 37개 W호텔을 세우면서 W호텔스러움을 고객의 머리와 가슴속에 각인시켜 왔다.

W호텔은 강아지 침대와 컵의 디자인(빨간색 물고기들이 그려진 ‘W호텔 서울’의 컵은 수집가가 따로 생길 만큼 인기가 있다)과 같은 디테일한 요소에까지 각별한 신경을 쏟는다. 특히 W호텔은 트렌드세터들이 ‘와우(WOW)’란 감탄사를 절로 터뜨리는 에지 있는 음악으로 브랜드의 통일성을 이뤄낸다.

이 호텔이 지난해 호텔업계에서 최초로 ‘글로벌 뮤직 디렉터’를 영입한 건 W호텔스러움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최근 방한한 미켈란젤로 라쿠아 W호텔 글로벌 뮤직 디렉터를 지난달 2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 서울의 ‘우(Woo) 바’에서 만났다.》
에지있고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음악으로 ‘W스타일’ 전파
패션쇼 음악 맡아 명성… “한국 가수 중 박지윤 비에 관심”


○ ‘W스타일’ 만드는 뮤직 스타일리스트

W호텔엔 이 호텔 고유의 용어가 있다. ‘W 링고(lingo·용어)’다. 객실 청소 담당자는 ‘룸 스타일리스트’, 로비는 ‘거실(리빙룸)’, 수영장은 ‘웨트(WET)’, W호텔에서 최고의 경험은 ‘와우(WOW)’다. 글로벌 뮤직 디렉터란 새로운 직업엔 아직 W링고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만약 생긴다면 ‘음악 스타일리스트’가 될 것 같다고 라쿠아 씨에게 첫 인사말을 건넸다. W호텔의 모든 음악을 총괄 지휘하는 그는 “꽤 마음에 드는 말”이라며 “우리 호텔 고객에게 음악으로 ‘W스타일’을 전달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당신이 느끼는 W호텔 고객을 표현한다면….

“섹시, 하이엔드(고급), 플래시(섬광), 모던함, 에너지. 그리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얼리 어답터.”

―그래서 당신이 골라 틀고 있는 W호텔 음악의 성격은….

“새로운 것, 신나는 것(Something New, Something Exciting)을 추구한다. 고객들이 소파 속에 몸을 편안히 파묻고 쉬다가 ‘아, 이거다’ 싶은 리듬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일어나 몸을 흔들 수 있는 쿨한 음악이었으면 한다.”

이때 W호텔 서울의 ‘우 바’에 울려 퍼지던 음악은 스웨덴 출신 일렉트로닉 밴드인 리틀 드래건의 ‘애프터 더 레인’이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 ‘The women(한국어 번역 제목은 ‘내 친구의 사생활’)’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기도 했던 이 음악은 몽환적 느낌이 물씬했다. 라쿠아 씨는 이 곡을 비롯한 13곡을 엄선해 ‘W hotels presents symmetry(W호텔은 대칭을 보여준다는 뜻·소니 뮤직)’란 음반을 최근 발매했다. Mike snow와 Kleerup 등 스웨덴 출신 뮤지션들의 음악이 여럿 포함돼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처럼 스칸디나비안 음악도 요즘 핫한 트렌드인가.

“그렇다. 음악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 늘 창조적인 것에 목마른 패션 산업은 보다 새로운 스칸디나비안 국가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당연히 패션과 뗄 수 없는 관계인 음악에서도 요즘 스웨덴 덴마크 등이 강세다. 개인적으론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전자 음악을 기반으로 라이브 드럼을 섞는 걸 좋아한다.”

이 기사를 쓰는 도중 Mike snow의 ‘애니멀’ 뮤직 비디오를 유튜브 동영상으로 봤다. 감각적이면서도 기발한 영상이 절로 W호텔 곳곳의 트렌디한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라쿠아 씨는 두 달에 한 번씩 W호텔의 음악을 바꾼다. 일관된 W호텔스러움을 위해 W 뉴욕에서도, W 서울에서도, W 이스탄불에서도 같은 음악을 튼다.

○ “음악도 공간과 자연스레 어울려야”

라쿠아 씨는 미국 뉴욕의 ‘더 뉴 스쿨 재즈 & 컨템포러리 뮤직 프로그램’을 나온 뒤 ‘구치’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톰 포드 씨의 눈에 띄게 돼 1999년 ‘구치’와 ‘이브생로랑’의 뮤직 디렉터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친구들과 함께 ‘온다(Onda)’라는 이름의 부티크 음악 프로덕션을 세워 파리, 베를린, 뉴욕, 밀라노 등을 누비며 샤넬, 랄프 로렌, 질 샌더, 토미 힐피거, 마이클 코어스 등 150여 개의 쟁쟁한 패션쇼 음악을 맡아왔다. 또 푸마와 올드 네이비 등 200여 개 브랜드의 광고 음악도 녹음했다.

지난해 W호텔이 협찬했던 뉴욕 패션위크의 VIP 백스테이지 라운지 음악을 맡았던 건 패션과 공간, 그리고 음악을 아름답게 접목시키는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유명인사들이 이곳의 음악에 흠뻑 빠져들면서 W호텔이 그에게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W호텔의 사상 첫 글로벌 뮤직 디렉터가 돼 주시오.”

―패션과 호텔의 음악은 같기도 하고 다를 것 같기도 한데….

“패션쇼 런웨이 음악은 짧은 시간에 디자이너의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강도가 매우 크다. 한마디로 전쟁터다. 구치의 톰 포드는 나만 보면 언제나 ‘섹시, 섹시’를 강조했다. 그와 함께 일할 당시엔 어떻게 원곡을 믹싱하면 섹시한 음악이 될까를 늘 고민했다. W호텔에서의 시간은 그때와 비교하면 한층 여유 있고, 편안하다. 아마 이 호텔에 감도는 특유의 인간적 조직문화, 즉 사람들의 따뜻한 말과 미소 때문일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당신의 긴장을 잠시 꺼두게 할 수 있는 음악,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박애주의적 음악.”

―W호텔은 인테리어에서 보라색, 빨간색, 검은색 등을 활용해 강렬한 느낌을 전한다. 선곡할 때 이 색상들과의 조화를 고려하는가.

“물론이다. 몸에 잘 맞는 슈트처럼 음악은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각 나라에 대한 리서치를 많이 한다. 이번에 발매한 W호텔 음반의 제목을 ‘Symmetry(대칭)’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 가수 중엔 박지윤과 비에 관심이 있다.”

―앞으로 계획은….

“호텔 뮤직 디렉터란 직업을 통해 음악적 지평을 넓히게 됐다. 정글 같이 힘겨운 세상에서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치유에 대해 보다 더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남들이 미처 배려하지 않는 음악에까지 정성을 들인 W호텔은 다른 호텔들이 금융위기 이후 고전한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했다. 라쿠아 씨를 뮤직 디렉터로 영입한 뒤 올해 4월엔 유명 스타일리스트 아만다 로스 씨를 패션 디렉터로 임명해 ‘W 스타일’을 이루는 양 축으로 삼고 있다. W호텔은 현재 37개인 호텔 수를 내년 말까지 6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과 종로구 인사동 골목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자신의 아이폰으로 보여주는 정겨운 남자, 라쿠아 씨.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리고 건승을 바라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