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의사 양성시스템을 보면 미국은 의전원인 메디컬스쿨을, 유럽과 일본은 의대를 운영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마찬가지로 의전원의 도입 취지는 좋았다. 의전원의 장점은 다양한 지식과 배경을 가진 학생을 뽑을 수 있고 학생들의 목표의식 및 동기가 강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전원 재학생들은 연령과 학부전공이 다양할 뿐 아니라 졸업 후 진로 역시 임상의사에 머물지 않고 법의학자 변호사 국제기구 근무 등으로 폭이 넓다.
▷정부는 의전원 체제를 밀어붙이면서 의대의 우수학생 싹쓸이현상을 막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소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의전원이 설립되자 “내 인생은 의사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사람들까지 의전원 입시에 뛰어들었다. KAIST나 포스텍 등 이공계 졸업생과 재학생이 의전원에 몰려들면서 이공계 공동화현상이 빚어졌고 의전원을 가기 위한 예비전공으로 생물학 화학 생명과학 전공이 뜨기 시작했다. 의전원의 등록금은 한 학기 1000만 원에 달해 저소득층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