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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다이어리]이동국 허벅지 근육 파열

입력 | 2010-07-02 03:00:00

“절뚝이는 ‘라이언 킹’을 뛰게 하라”
약물-첨단장비 총동원 ‘30일 작전’

달리는 데 꼭 필요한 근육
2.5~3cm나 찢어져 암담

닷새만에 통증 사라져 희망
본인 피나는 노력도 한몫




《5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때 김재성과 이동국은 함께 부상을 당했다. 당시 김재성은 후반 39분 그라운드에 쓰러져 크게 다치는 줄 알았고 이동국은 후반 21분 이상을 느껴 이승렬과 교체된 뒤 걸어서 나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돌아가서 살펴본 결과 둘은 정반대였다. 김재성은 별문제가 없었는데 이동국은 오른쪽 햄스트링(세 가지 근육으로 밧줄처럼 생긴 허벅지 뒷근육)이 크게 부어올랐다.》

5월 16일 에콰도르 평가전 때 오른 허벅지 근육이 파열된 이동국이 6월 초 남아공루스텐버그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한 뒤 부상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며 앉아 있다.작은 사진은 부상 부위에 얼음을 댄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다음 날 NFC 인근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본 결과 이동국의 햄스트링은 2.5∼3cm가 찢어졌다. 이 정도면 햄스트링의 30%가 찢어진 상태. 암담했다. 이 상태로는 이동국이 최종 엔트리에 들 확률은 50%밖에 안 됐다. 전문가 그룹과 토론을 벌인 결과 조별리그 3차전인 나이지리아 경기에서나 100%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에게는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는 6월 1일까지 판단을 유예해 달라고 건의했다. 대표팀에 이동국 같은 스트라이커가 꼭 필요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잇달아 못 나간 그를 생각해서 내린 판단이었다. 재활을 잘하면 가능성이 보였다. 허 감독은 흔쾌히 허락했다.

의무팀은 국내 햄스트링 관련 부상의 성공 사례를 조사해 최적의 치료 프로그램을 만든 다음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약물과 첨단장비 치료를 병행했고 최주영 재활팀장은 마사지로 근육을 달랬다. 다행히 닷새 만에 부기가 빠졌고 통증이 사라져 필드 재활훈련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8일 후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을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그쪽 스키 스포츠 손상 전문병원과 연계해 치료를 계속했다.

최종 엔트리 발표 직전 주치의의 의견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현지 전문의와 함께 MRI 촬영과 근력 테스트를 했다. MRI 촬영 결과 부상 때보다 50% 이상이 아물었고 바이오벡스로 허벅지 근육 테스트를 20회 최대 강도로 실시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제 그리스전 후반에는 조커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보고했고 허 감독은 이동국을 최종 낙점했다.

일부에서 “이동국의 엔트리 선발은 잘못된 결정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동국의 재활은 완벽했고 공격수 스타일을 놓고 허 감독이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동국이 본선 무대에서 얼마 뛰지 못했고 골을 넣지 못했다는 결과만을 놓고 비난하면 안 된다. 이동국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경기에 교체 출전했을 때 최선을 다했다. 이동국은 재활할 때 치료실 문을 열기도 전에 와서 기다렸고 문을 닫을 때까지 치료받다 돌아갔다. 12년 만의 본선행을 위해 이동국은 독기를 품고 엄청난 심적 고통을 이겨냈다. 그리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이동국 재활은 스포츠 의학적으로 볼 때 의료진과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 3박자가 잘 조화돼 짧은 시간에 완쾌시킨 좋은 사례다.

대표팀 주치의·유나이티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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