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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월드컵 16강 보다 더 큰 자선경기

입력 | 2010-07-02 11:35:52


'미국의 빌 게이츠는 32조원을 자선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이런 문구가 나오는 공익광고를 볼 때마다 미국은 역시 선진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트가 설립한 게이츠 재단은 가난한 나라에 만연한 질병 퇴치 사업을 벌여왔고 이를 통해 수십만 명이 생명을 건졌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이 게이츠재단에 수십조 원을 기부했다.

미국 뉴욕에 살아본 사람은 수도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안다. 이는 록펠러라는 과거 미국을 대표하던 석유재벌이 기부를 통해 뉴욕 시민들은 수도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때문이다. 록렐러는 이렇게 자선 재단을 통해 그가 번 돈의 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했다.

자선을 실천하는 축구스타들도 많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인 첼시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 중인 디디에 드록바. 그는 꾸준한 자선 활동과 아프리카의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공로로 유엔의 친선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드록바는 자선 협회를 설립해 소속팀인 첼시와 함께 아프리카 지역에 의약품 및 식음료, 축구공과 유소년 시설 등에 지원을 하고 있다. 그는 2009년에는 펩시 광고 출연료로 받은 약 54억원을 고향인 아비잔의 종합병원 건립 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구호 천사'다. 2007년 레오 메시 자선재단을 설립한 그는 재단을 통해 세계 불우아동들에 대한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레오 메시 재단은 특히 스페인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는 아르헨티나 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메시는 이 같은 공로로 3월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브라질의 축구스타 카카(레알 마드리드). 그는 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빈곤추방 자선경기에 프랑스 출신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과 함께 주축이 돼 참가했고, 지진으로 대형 참사가 발생한 아이티의 구호와 재건을 위한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고, 아프리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자선경기에 발벗고 나서는 등 자선 행사에 적극적이다.

카메룬 출신의 사뮈엘 에투(인터 밀란)는 에투 재단을 통해 카메룬의 축구 꿈나무 수백 명에게 지원을 하고 있으며, 가나 출신 마이클 에시엔(첼시)은 마이클 에시엔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고향인 아우투 브레쿠 주민들의 생활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유럽의 명문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 중에는 자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타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홈명보 장학재단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설립한 이 재단은 2003년 제1회 소아암어린이돕기 자선축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자선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해 왔다. 홍명보장학재단은 2006년에는 홍명보어린이축구교실을 창단해 브라질 등으로 유망주를 유학 보내고 있고, 최근에는 하나은행과 공동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의 이퀘지레탐바 초등학교에 유소년축구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캡틴' 박지성도 내년부터 자선축구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루고 돌아온 태극전사들. 여독이 채 풀리지도 않았을 이들이 3일 오후 5시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실업축구팀인 할렐루야와 다문화가정 어린이 장학금 모금을 위한 자선경기를 펼친다고 한다.

이번 자선경기 참가야 말로 월드컵 16강 진출 달성 이상으로 태극전사들이 전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